윔블던대회 개막…세계1위 나달 불참
페더러, 사상 첫 메이저 15회 우승 도전
페더러, 사상 첫 메이저 15회 우승 도전
132년 전통의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유일하게 잔디 코트에서 치러진다. 잔디 코트는 클레이 코트보다 공이 빨리 튕기기 때문에, 서브가 빠르고 발리에 능한 선수에게 유리하다. 디펜딩 챔피언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 1위)이 부상으로 불참해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의 통산 최다 메이저대회 우승(15차례)이 최대 관심사가 된 2009 윔블던(22일~7월5일). 그곳에는 잔디 코트 외에 무엇이 있을까.
■ 영국의 73년 한 영국은 1877년 이래 딱 두 차례 우승했다. 마지막 우승은 1936년(프레드 페리)에 경험했다. 그 뒤 73년 동안 테니스 종주국이자 개최국이면서 남의 나라 선수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 주객이 전도된 현상을 설명한 ‘윔블던 효과’라는 경제용어도 여기에서 파생됐다. 올해는 스코틀랜드 태생의 앤디 머리(세계 3위)가 영국의 묵은 한을 풀기 위해 나선다. 잔디 코트에 강해 충분히 우승후보로 꼽힐 만하지만, 안방에서의 부담감을 얼마나 떨쳐버리느냐가 열쇠다.
■ 흰색의 향연 윔블던은 전통만큼이나 규율이 엄격하다. 참가 선수들에게 흰색 옷만 허용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안나 쿠르니코바(러시아·은퇴)는 예전에 경기가 아닌 연습 때 검은색 상의를 입었다가 주최 쪽으로부터 갈아입을 것을 권고받았다. 그나마 최근에는 규제가 좀 풀려서 흰색이 주가 되고, 포인트 색이 조그맣게 있는 것은 허용한다. 여자 선수들이 흰색으로 얼마만큼 차별화된 패션을 창조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 미드-선데이 휴식 2주 동안 펼쳐지는 윔블던은 중간에 낀 일요일엔 항상 쉰다. 무리한 일정을 지양하는 영국의 신사도와 궂은 날씨가 복합돼 만들어진 전통이다. 올잉글랜드클럽 앞좌석은 대부분 상류층이 차지해, 일반인이 앞좌석에 앉을 수 있는 기회는 미드-선데이에 경기가 있을 때뿐이다. 지금껏 3차례(1991·1997·2004년) 미드-선데이 경기가 열렸고, 사람들은 전날부터 길게 줄을 서 좌석 표기가 없는 티켓을 싼 가격에 사 경기를 지켜봤다. 올해부터 센터코트에 지붕이 덧씌워져 미드-선데이 경기가 열릴 가능성은 다소 희박해졌다.
■ 딸기와 크림 윔블던의 주요 먹거리는 크림을 얹은 딸기다. 켄트 지방에서 전날 수확된 딸기는 정확히 오전 5시30분께 경기장에 도착한다. 하루 소비되는 딸기량은 얼추 2000㎏ 이상. 2주 동안 28톤 이상의 딸기가 윔블던에서 소비되는 셈이다. 7000리터의 크림도 함께 사라진다. 윔블던이 딸기와 궁합을 맞추게 된 것은, 대회 초창기인 1800년대 말 딸기 먹는 게 대유행이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먹거리에도 100년 전통이 녹아있는 셈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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