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두번째 메이저 우승
지난해 프랑스오픈이 열리기 직전. 슬럼프에 빠져 있던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24·러시아·세계 7위)는 같은 러시아 출신의 전 남자 테니스 세계 1위 마라트 사핀(29)에게 “테니스를 그만두고 싶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전까지 이들은 거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사핀은 불같이 화를 냈다. “미쳤니? 너한테는 기회가 있어. 테니스를 계속해야 해.” 10여분 동안 사핀은 “코트 위에서는 너 자신만 믿고, 감정 조절을 하면 된다”며 “모스크바로 돌아가 훈련에 집중해보라”고 다독였다. 쿠즈네초바는 사핀의 충고대로 모스크바로 돌아갔고, 오랜 친구들과의 재회 속에 테니스에 대한 열정도 되찾았다. 그리고, 1년여 시간이 흘렀다. 쿠즈네초바는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사핀의 여동생, 디나라 사피나(23·1위)를 74분 만에 2-0(6:4/6:2)으로 누르고 롤랑가로스를 정복했다. 2004년 유에스(US)오픈 이후 생애 두 번째 메이저대회 왕관. 반면 시상식 때 잠깐 눈물을 흘리기도 한 ‘무관의 여왕’ 사피나는 “난 우승을 원했다. 하지만, 코트 위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나 은퇴한 쥐스틴 에냉(벨기에) 등으로부터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으니 세계 1위 자격이 없다”는 비아냥을 들어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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