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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붉은 코트 변심…제왕을 버렸다

등록 2009-06-01 18:49수정 2009-06-02 00:34

라파엘 나달, 로빈 소델링에 무릎
사상 첫 프랑스 오픈 5연패 물거품
페더러 ‘그랜드슬램’ 가능성 높아져
라파엘 나달(스페인·세계순위 1위)은 ‘순둥이’로 통한다. 지난 2월 호주오픈 결승에서 패한 로저 페더러(스위스·2위)가 눈물을 흘리자, 진심 어린 표정으로 “미안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런 나달이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선수가 있다. 로빈 소델링(스웨덴·25위)이다.

좀처럼 다른 선수에 대한 험담을 하지 않는 나달이지만, 소델링에 대해서는 “라커룸 매너도 좋지 않고 네트를 타고 득점을 해도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보이지 않는다”며 불평했다. 이에 대해 소델링은 “굳이 미안하다고 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 난 그 순간 나에게만 충실할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2007년 6월 둘이 32강전에서 맞붙었던 윔블던 때 일이었다.

그로부터 2년여 시간이 흘렀다. 프랑스오픈이 열리는 롤랑 가로스. ‘클레이코트의 제왕’ 나달은 2005년 대회 첫 출전 이후 처음으로 졌다. 그의 31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은 이는 다름아닌 장외 말싸움을 벌였던 소델링. 투어대회에서 3차례 우승했을 뿐, 마스터스 시리즈 우승 경력조차 없는 그는 31일 밤(한국시각) 열린 남자단식 16강전에서 나달을 거세게 몰아붙이며 3-1(6:2/6:7/6:4/7:6)로 이겼다. 이전까지 소델링은 나달에게 3전 전패를 당하고 있었다.

소델링은 “희박하지만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나 자신에게 계속 주문을 걸었다”며 “서브가 아주 잘됐고, 나달을 많이 뛰게 만들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경기가 풀렸다”고 했다. 같은 스웨덴 출신 비에른 보리가 갖고 있는 대회 연속우승 기록(4연패)이 깨지는 것을 막은 데 대해서는 “(보리로부터) 문자메시지나 전화가 오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그의 8강전 상대는 니콜라이 다비덴코(러시아·11위). 맞대결 전적은 3승2패이며, 클레이코트에서는 두 번 모두 소델링이 이겼다. 전무후무한 대회 5연패 도전이 물거품이 된 나달은 “내가 100% 기량을 발휘하지 못해 졌다. 내 생애 최악의 날은 아니다”라고 패배를 받아들였다.

나달의 천적 페더러는 1일 밤 토미 하스(독일·63위)와 16강전에서 두 세트를 먼저 내주고도 3-2(6:7/5:7/6:4/6:0/6:2)로 역전승했다. 앞선 프랑스오픈 결승에서 3전 전패를 당했던 나달의 조기 탈락으로, 페더러는 평생 숙원이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4개 메이저대회 승리)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여자단식에서는 서리나 윌리엄스(미국·2위)와 마리야 샤라포바(러시아·102위)가 8강에 올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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