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희 기자
김양희 기자의 맛있는 야구 / “도대체 왜 1%를 떼가는지 모르겠다.” 몇해 전 한 1.5군 선수가 툴툴댔다. 선수협회에 매달 자동납부되는 회비(1년 연봉의 0.1%)가 아까워서는 아니었다. “지금의 선수협회는 상위 5%를 위한 기구 아닌가. 밑에 있는 우리 사정을 제대로 알기나 하는 것인가.” 그로부터 몇년이 흘렀지만, 그의 불만은 여전하다. 노조 설립 때문에 그라운드가 시끄럽다. 선수협회는 “선수들의 공통된 합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노조설립 반대 목소리가 불거져 나온다. 왜일까. 설립 의도와 시기 등이 주된 이유로 거론되지만 선수협회에 대한 불신도 깔려 있는 것 같다. 선수협회에서 지난 겨울 요구했던 11가지 요구사항을 보자. 군보류수당 지급이나 최저연봉(2천만원) 인상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고액연봉자를 위한 것이다. 한 예로, 다음 시즌 계약이 불분명한 2군 선수들에게 대리인제도 등은 먼나라 이야기일뿐이다. 트레이드 거부권도 마찬가지다. 현재 1.5군 및 2군 선수들이 바라는 것은 생활 안정과 고용 보장이다. 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이 2천만원으로 정해진 것은 2004년 말이었다. 2005년 선수단 전체 평균연봉은 7177만원이었다. 2009년 선수들의 평균연봉은 8417만원. 4년 전보다 17.2%가 늘었지만 최저연봉은 그대로다. 선수협회가 가장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은 ‘최저연봉의 탄력적 인상’이어야 하지 않을까.
미국 마이너리그의 룰 5 드래프트제도도 대리인제도에 앞서 정착돼야 한다. 유망주들이 많은 팀에서 1군 승격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일정 나이의 선수들에게 팀 이적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겨울마다 불거지는 자유계약선수(FA)제도 또한 고령선수나 2군 선수들을 배려하는 보완이 시급하다. 선수협회는 대다수 선수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을 선결과제로 내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선수협회의 노조 설립 취지에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상위 5%가 아닌 나머지 95%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는 선수협회를 보고 싶다. 상위 5%가 한국 야구를 이끌지는 모르지만, 이를 지탱해주는 밑돌은 나머지 95%이기 때문이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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