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선수들이 12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08~2009 프로배구 V리그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숙적 현대캐피탈을 3-2로 꺾고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현대캐피탈 꺾고 연속우승…장병철·안젤코 ‘펄펄’
‘평균나이 32살’ 조직력으로 극복…MVP 최태웅
‘평균나이 32살’ 조직력으로 극복…MVP 최태웅
주전 평균 31.8살. 하지만 수비할 때 몸을 내던지는 모습은 여느 20대의 패기를 능가했다. 공에 대한 끈질긴 집념은 상대팀 감독마저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현대캐피탈 감독이 “삼성화재의 끈기는 다른 팀이 배워야 한다”고 했을까.
주전들이 대부분 30대인 삼성화재는 12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2008~2009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악착같은 수비의 진면모를 다시 보여주며 3-2, 역전드라마를 썼다. 챔피언 결정전 전적 3승1패로 2007~2008 시즌에 이은 2년 연속 우승. 이번 시즌에는 정규리그 2위를 하고 역전우승을 거머쥐었다. 현대캐피탈과의 역대 챔피언결정전 전적도 3승2패로 앞서며 맞수 구단보다 먼저 프로리그 ‘V3’를 일궈냈다.
초반 분위기만 해도 천안 경기(5차전)가 예측됐다. 하지만 위기 때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의 용병술이 빛났다. 신 감독은 1세트 안젤코의 공격력이 부진하자, 2세트 초반 그를 과감히 빼고 장병철을 투입했다. 장병철은 2세트에만 10득점을 성공시키며 신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원래 오늘 둘째 출산예정일인 아내가 빨리 이기라고 협박했다”는 장병철은 “이젠 출산휴가를 가야겠다”고 했다. 2세트 후 신 감독에게 “코트에서 나를 빼지 말아 달라”고 간청했던 안젤코(19득점)는 어깨가 아픈 상태에서도 4, 5세트에서는 제 몫을 다해냈다. “시즌 내내 힘들었다”는 그는 우승 축포가 터지자 눈물을 그렁거리기도 했다.
최우수선수(MVP)는 세터 최태웅(33)이 뽑혔다. 최태웅은 기자단과 관계자 투표에서 20표(총 38표)를 얻었다. 최태웅은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큰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같이 운동을 시작한 (장)병철이와 (석)진욱이도 이 기쁨을 같이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동갑내기 맞수인 김호철 감독을 2년 연속 제압한 신치용 감독은 “(장)병철이가 겨울에 훈련을 많이 했는데 팀이 가장 필요로 할 때 자기 역할을 해줬다”며 “훈련할 때 악착같이 하는 것 등 우리팀 고유의 색깔이 있다. 그런 습관들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밝혔다. “(박빙의) 5세트 때는 정말 서 있기도 힘들었는데, 이기고 나니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현대캐피탈은 주포 박철우(16득점)가 37.5%의 공격 성공률에 그칠 정도로 컨디션이 나빴다. 앤더슨(31득점)이 펄펄 날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승부처였던 5세트에는 실책만 5개를 쏟아내며 자멸했다. 김호철 감독은 “삼성의 수비를 무너뜨리기 위해 가운데 공격을 많이 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박)철우가 결정적일 때 부진한 것도 아쉽다”고 했다.
대전/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챔피언결정전 4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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