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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말 한마디에 승패 갈렸다

등록 2009-04-09 18:57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남자배구의 영원한 맞수인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2005년 프로 원년부터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 이번에 5번째 마주치는 두 팀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여러 말들을 풀어놨다. 그 말들에 담긴 뜻은 무엇이었을까. 1승1패로 맞선 두 팀은 10일(오후 1시10분) 대전충무체육관에서 3차전을 치른다.

■ “우리는 계속 팼고, 저쪽은 끊임없이 받았다”(1차전 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

현대캐피탈의 1차전 0-3 완패는 삼성화재의 찰거머리 수비 때문이었다.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손을 떠난 공은 삼성화재 선수들의 몸을 날리는 수비로 코트 바닥에 떨어질 줄을 몰랐다. 기록된 디그(상대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것)만 43개. 때리는 공마다 잡히니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제풀에 꺾일 수밖에 없었다.


삼성화재 센터 신선호
삼성화재 센터 신선호
■ “배구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1차전 뒤 삼성화재 센터 신선호)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은 만날 때마다 접전을 보여왔다. 하지만, 챔프전 1차전은 싱겁게 경기가 끝났다. 이에 신선호는 솔직하게 “서로 치고 받고, 역전도 되고 손에 땀이 날 정도로 재밌는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하지만, 승자의 이런 말은 최선을 다하고도 패한 현대캐피탈 선수단의 투지를 불렀다.


현대캐피탈 라이트 박철우
현대캐피탈 라이트 박철우
■ “감독님이 창자를 씹어먹을 듯한 독기로 맞서라 했다”(2차전 뒤 현대캐피탈 라이트 박철우)

신선호의 말에 자극받은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가 나도록 입술을 질끈 깨물고”라는 표현까지 썼다. 김 감독의 채찍질에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해 가로막기를 22개나 기록하는 등 100% 이상의 기량을 선보였다. 김 감독으로부터 “삼성화재 선수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던 박철우도 시즌 개인 최다인 33득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 “선수들이 겉멋이 들어 심지어 수비할 때도 멋있게 넘어지려고 하더라”(2차전 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


1차전을 쉽게 이겨 긴장이 풀린 탓인지 삼성화재 선수들은 2차전에서 다소 느린 템포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1차전 때 빛난 수비도 반박자 정도 느렸다. 서브실책도 잦았다. 정규리그 때 삼성화재의 세트당 평균실책 수는 4.95개였으나, 이날은 세트당 평균 6개가 기록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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