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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여자는 코치· 감독하지 말란 말입니까”

등록 2005-05-16 19:10수정 2005-05-16 19:10

대표팀 여성지도자 5.5% 불과‥ 프로는 더적어

스포츠계 고질적 남성중심·성적지상주의가 원인

“지도자를 꿈꾸는 여성 스포츠인들은 가정이냐, 일이냐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어요. 여성 스포츠인은 지도자 하지 말란 말입니까?”

얼마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05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다녀온 현정화(한국마사회)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는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스포츠계에 깊숙이 뿌리박힌 여성차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현 코치는 “꼭 남자가 해야 한다거나 여자가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조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츠계의 현실은 결코 조화롭지 않다. 16일 현재 대한체육회 가맹 종목 중 국가대표팀이 구성된 36개 종목의 선수는 792명으로 이중 여성은 308명(38.9%)이다. 하지만 감독과 코치 127명 중 여성은 5.5%인 7명에 불과하다. 17대 국회의 여성의원 비율(13%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추세는 프로 스포츠에도 예외가 아니다. 6개 여자농구팀의 12명 감독·코치 중 여성은 신한은행의 전주원 코치 단 1명뿐이다. 올 겨울 프로화를 앞둔 5개 실업여자배구단의 경우 여성 지도자가 아예 없다.

대부분의 여자 선수들은 같은 능력이라면 여성의 특수성을 잘 이해할 수 있고, 터놓고 대화할 수 있는 여성 지도자가 많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 경기단체 임원은 “국제대회처럼 큰 대회 나가면 긴장 때문인지 생리가 불쑥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 감독에게 한 다리 건너 이해시키느라 애먹는 일이 잦다”며 “여성으로서 감추고 싶은 부분이 많이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여성 선수들이 지도자로 성장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여성차별은 사회 어디나 마찬가지이지만,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남성 중심적이고 성적 지상주의적 사고방식이 이를 더 강화시킨다는 것이다.

현정화 코치의 경우는 예외에 해당한다. 그는 2001년 첫째 아이를 낳은 뒤 이듬해 2002 부산아시아경기대회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2003년에 둘째 아이를 낳은 뒤 지난해 다시 2004 아테네올림픽 여자탁구 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현 코치는 “계획 출산이 아니었는데 우연히 시점이 맞았다”며 “덕분에 아이들 보느라 친정어머님이 고생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일부 여성 스포츠 지도자의 성공 뒤 가족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뒤따르는 것이다.

한국여성스포츠회는 각 경기단체 임원 대부분이 남성으로 채워져 있는 상황이 국가대표 코칭스태프 선발 때 여성 지도자 선발 기회를 막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보고 실태 파악에 나섰다. 각 단체의 임원 현황이 파악되는대로, 대한체육회를 통해 공식적인 문제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최초의 여성 배구감독이 되겠다고 천명한 거포 최광희(KT&G)도 미리부터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아직 미혼인 그는 “지경희 장윤희 선배님도 지도자를 꿈꾸다 출산 뒤 자리를 찾지 못해 그만뒀다고 들었다”며 “지금 최선을 다할 뿐 앞일은 나도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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