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삼성화재 선수들이 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뒤 코트로 뛰어들며 기뻐하고 있다. 천안/연합뉴스
1위 현대캐피탈 맞서 ‘역대최장 사투’ 끝 승리…고희진 5세트 맹활약
1일 열린 2008~2009 프로배구 1위 현대캐피탈과 2위 삼성화재의 3·1절 배구전쟁. 8914명의 팬들이 꽉 들어찬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두 팀은 2시간27분(역대 최장 경기시간) 동안 벤치 작전과 선수들의 투지가 버무려진 올해 시즌 최고의 진땀나는 승부를 보여줬다.
■ 삼성화재의 왼쪽 허물기 삼성화재 선수들은 집요했다. 서브를 넣을 때마다 현대캐피탈 왼쪽만 공략했다. 레프트 앤더슨과 송인석을 겨냥한 것이었다. 앤더슨의 원래 짝은 임시형이었는데 최근 발목을 다쳤다. 대신 투입된 송인석은 공격은 나았지만 서브 리시브와 수비가 약했다. 삼성화재는 그런 약점을 물고늘어졌다. 삼성화재의 작전대로 현대캐피탈은 서브 리시브가 흔들렸고 약속된 세트플레이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주특기인 가로막기마저 숨죽였다.
■ 복병 송병일-주상용 1, 2세트에서 밀린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은 그냥 주저앉지 않았다. 2세트 중반부터 과감히 주전세터 권영민과 라이트 공격수 박철우를 뺐다. 대신 투입된 선수는 송병일과 주상용. 송병일은 상대 허를 찌르는 과감한 토스와 함께 1m96의 큰 키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가로막기에 가세했다. 주상용 또한 펄펄 날았다. 그가 3, 4세트에서 뽑아낸 점수는 14점. 의외의 복병들에 삼성화재는 속수무책이었다.
■ 고희진 타임 현대캐피탈로 흘러가던 승운을 끊은 것은 삼성화재 센터 고희진의 손이었다. 고희진은 8-8에서 주상용의 공격을 막아내는 등 5세트에서만 중요한 고비에서 상대 공격을 3번이나 차단했다. 10-9에서 송인석의 시간차를 막아냈을 때는 피겨스타 김연아가 광고에서 보여줬던 춤까지 췄다.
삼성화재의 3-2(35:33/25:18/25:27/21:25/17:15) 승리를 이끈 고희진은 “유관순 열사가 그랬듯, 1위 싸움에서 나도 전사가 되고 싶었다”며 “세리머니는 경기장을 찾은 딸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안젤코는 시즌 최다인 45득점을 올렸다.
적지에서 3·1절 만세를 부른 삼성화재는 현대캐피탈에 1경기 차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신치용 감독은 “1위 욕심을 부리다가는 선수들이 다칠 수 있다. 앞으로도 편안하게 경기하겠다”고 했다.
한편, 두 팀은 경기 내내 팽팽한 신경전을 보였다. 2세트 중반에는 안젤코가 상대 코트를 바라보며 포효하는 세리머니로 주심의 주의를 받았고, 3세트에는 윤봉우(현대캐피탈)와 신선호(삼성화재)가 신경전을 벌였다. 주심은 양쪽에 모두 옐로카드를 꺼내 들어 과열된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1일 전적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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