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스페인)이 1일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누른 뒤 코트에 드러누워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멜버른/신화 연합
4시간 23분 혈전끝 호주·하드코트 첫 점령 ‘포효’
메이저 석권, 미국만 남아…여자단식은 서리나
메이저 석권, 미국만 남아…여자단식은 서리나
1일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어리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전. 라파엘 나달(23·스페인·세계 1위)과 로저 페더러(28·스위스·2위)의 메이저대회 7번째 결승 맞대결이 펼쳐졌다. 호주오픈 첫번째 우승(나달)과 4번째 우승(페더러)의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운명이 갈린 것은 5세트 2-1로 나달이 앞선 페더러의 서비스 게임에서였다. 30-0으로 앞서가던 페더러는 더블 폴트 등을 범하면서 추격을 허용해 점수는 30-40으로 뒤집어졌고, 이어 백핸드 샷이 네트에 걸리면서 게임을 내줬다. 3-1.
이후 경기는 급격히 나달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3-2(7:5/3:6/7:6/3:6/6:2), 나달의 승리로 4시간23분의 경기가 매조지됐다. 호주오픈 첫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6번째 우승. 나달은 클레이코트(프랑스오픈)·잔디코트(윔블던)에 이어 하드코트까지 점령하면서, ‘클레이코트의 제왕’이 아닌 ‘올코트의 제왕’으로 거듭나게 됐다. 스페인 선수로는 처음 호주오픈 왕좌에 오른 선수로도 기록됐다. 앞으로 유에스오픈(하드코트)에서만 우승하면 나달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날 나달은 빠른 발놀림으로 코트 좌우를 쉴 새 없이 움직이면서 페더러의 샷을 걷어냈다. 불과 이틀 전 열린 준결승에서 호주오픈 역대 최장시간 경기(5시간14분)를 치른 선수답지 않았다. 패싱샷이나 크로스 발리도 기가 막혔다. 최근 페더러와의 경기에서 5전 전승을 거둔 나달은, 역대 전적에서도 13승6패의 절대우위를 지켜나갔다.
페더러는 피트 샘프러스(미국)가 갖고 있는 메이저대회 최다우승 기록(14번)에 도전했으나, 또다시 나달에게 덜미를 잡혔다. 첫번째 서브 성공률이 52%에 그쳤고, 실책(64개)도 많았다.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13승5패를 기록하고 있는데, 5패가 모두 나달에게 진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페더러는 경기 후 눈물을 글썽이면서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얼마나 이기고팠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장면이었다. 페더러에 이어 단상에 오른 나달은 “(이겨서) 미안하다. 하지만 당신은 챔피언이며 역사상 정말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라며 페더러를 위로했다. “호주오픈 트로피가 꿈만 같다”는 우승 소감도 잊지 않았다.
한편, 전날(1월31일) 열린 여자부 단식 결승에선 서리나 윌리엄스(28·미국·2위)가 디나라 사피나(23·러시아·3위)를 2-0(6:0/6:3)으로 완파하며 호주오픈 4번째이자 메이저대회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언니 비너스와 함께한 여자복식 우승까지 대회 2관왕에 오른 서리나는 2일 발표되는 여자프로테니스투어(WTA) 세계순위에서도 1위를 예약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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