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컵 품은 서리나 ‘테니스 여왕’ 재등극
호주오픈 복식이어 단식도 우승
4개월만에 세계랭킹 1위 예약
4개월만에 세계랭킹 1위 예약
소작농의 아들이었던 리처드 윌리엄스가 두 딸, 비너스와 서리나에게 테니스를 가르친 이유는, 스포츠가 그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딸들이 4살이 되자 테니스 라켓을 쥐어줬고, 책과 비디오를 통해 배운 대로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손수 지도했다. 딸들은 아버지의 바람대로 테니스 스타로 자라났다. 특히, 서리나는 10대 때 테니스 스쿨에서 남자선수 앤디 로딕(세계 9위)을 깰 정도로 파워넘치는 기량을 선보였다. 어릴 적부터 될 성 부른 나무였던 셈이다.
서리나(28·미국·세계 2위)는 지난 31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하드코트)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디나라 사피나(23·러시아·3위)를 경기 시작 59분 만에 2-0(6:0/6:3)으로 제압하고 우승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슈테피 그라프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호주오픈 4번째 우승. 또한, 마가렛 코트(메이저대회 24승) 등에 이어 그랜드슬램 두자릿수 우승 고지를 밟은 5번째 여자 선수가 됐다. 서리나는 작년 유에스(US)오픈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메이저대회 백투백 우승도 달성했다. 이번 대회에선 언니 비너스와 함께 여자복식도 우승해, 2관왕이 됐다. 단·복식 우승상금이 보태지며 서리나는 여자 스포츠 전종목을 통틀어 역대 최다 상금왕(2350만달러)으로도 올라섰다.
서리나는 2일 발표되는 여자프로테니스투어(WTA) 세계순위에서 1위로 복귀한다. 작년 9월 유에스오픈 우승으로 1위에 올랐다가, 4주 후 옐레나 얀코비치(세르비아)에 1위 자리를 내준 후 4개월여 만이다. 서리나는 “나는 세계 1위였건, 100위였건 순위와 상관없이 항상 내가 최고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순위는 보너스일 뿐”이라며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결승전에서 7개의 실책밖에 범하지 않은 서리나는 “아빠(리차드)가 가르쳐준 대로 했을 뿐이다. 요즘 들어 어릴적 아빠에게 배운 대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2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서리나의 우승행진은 계속될 듯 보인다.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테니스 스타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는 <엘에이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서리나는 최고의 기질을 가진 선수다. 실력대로 하면 서리나를 이길 선수는 없다. 다만, 서리나가 최선을 다하느냐, 다하지 않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뿐”이라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서리나 윌리엄스 연도별 세계랭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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