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인정(왼쪽), 신진식(오른쪽)
현대캐피탈-삼성화재 5일 챔프1차전
두 노장 공격파괴력 따라 승패 갈릴듯
후인정(현대캐피탈)과 김세진(삼성화재). 1974년 호랑이띠 동갑에 중학교 때까지 세터, 지금은 나란히 팀의 오른쪽 공격을 맡고 있는 한국 배구의 ‘오랜 맞수’가 운명의 자리를 다시 마련한다. 4일 오후 2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원년 챔피언전이 무대다.
인창중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인정은 93년에 들어간 경기대 시절, 송만덕 감독이 이끌던 대학 최강 한양대에 늘 밀려야 했다. 한양대 승리의 순간에는 늘 생일이 빨라 7살에 학교에 입학한 ‘선배’ 김세진이 버티고 있었다. 후인정은 화교 출신이라는 차별을 딛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 94년 대한민국에 ‘귀화’했다. 후인정은 당대 최고의 후위 공격수로 꼽혔지만 그 다음해부터 참가한 국가대표 팀에서도 주전은 ‘월드스타’ 김세진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실업 생활. 김세진의 삼성화재는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겨울리그 8연패, 77연승을 달렸다. 반면 후인정의 현대캐피탈은 지겨운 2위를 지켰다.
하지만 프로 원년을 맞은 올해 상황은 바뀌었다. ‘한물 가는 듯했던’ 후인정은 득점과 공격 부문에서 김세진을 앞서며(표 참조)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았다. 당연히 4월 최우수선수상은 후인정의 몫으로 돌아갔다. 둘의 운명은 한국 남자 배구계의 축소판이다.
시즌 2승2패의 팀간 성적에서처럼 어차피 기량은 비슷한 상황. 집중력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챔피언전에서 서른줄에 접어든 두 ‘노장’의 구실은 1/6 이상일 수밖에 없다. ‘삼성화재도 별 것 아니다’라며 패기에 찬 현대캐피탈과 큰 경기일수록 조직력이 살아나는 관록의 삼성화재의 대결, 그 중심에는 동갑내기 ‘우익’들이 서 있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김세진과 후인정 가운데 누가 파워 있는 공격을 하느냐가 승부에서 중요할 것”이라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말처럼 승패는 두 사람의 손에 달렸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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