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애인들의 스포츠 제전인 2008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이 17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막을 내렸다. 화려한 축하공연 속에 열린 폐막식에서 각국 선수단은 2012년 런던에서 만날 것을 기약했다. 베이징/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장애인올림픽 폐막…한국 금10 ‘종합 13위’
여전히 초라한 저변…지속적 지원·관심 절실
여전히 초라한 저변…지속적 지원·관심 절실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였다. 매 경기마다 선수들은 “장애는 차이일 뿐”이라고 몸짓으로 외쳤고, 보는 이들은 때론 숨죽이며 때론 환호하며 마음으로부터 성원했다. 휠체어 육상의 홍석만은 국가체육장에 처음으로 태극기를 휘날렸고, 수영의 김지은은 ‘아름다운 물살’을 이어갔다. 17일 막을 내린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0개, 은메달 8개, 동메달 13개를 수확하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최근 3개 대회 통틀어 가장 적은 금메달을 따내면서 세계 장애인 스포츠 흐름과의 수준 차이도 절감했다. 여전히 ‘그들만의 잔치’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 화두로 떠오른 세대교체 양궁과 사격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은 역대 금메달밭이었던 양궁에서 금메달 4개를 목표로 했지만, 2개에 그쳤다. 반면, 사격은 금메달을 4개나 수확하는 기대 이상의 소득을 올렸다. 특히 올림픽 첫 출전이었던 이윤리, 이지석 등이 모두 금메달을 따며 젊은 피의 힘을 보여줬다. 최원현 한국 선수단 부단장은 “탁구나 양궁 등에서 지난 아테네 대회 때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선수들 위주로 선발했던 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한 종목의 지도자는 “1988년 서울 장애인올림픽 때 운동을 시작했던 선수들이 그동안 한국 장애인 스포츠를 지탱했다. 이제는 새로운 선수들을 키워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의 평균 연령은 38살이다.
■ 장애인스포츠 저변을 넓혀라 장애인 스포츠는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보건복지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 주무 부처가 바뀌었다. 예산이 5배 정도 증가했고, 장애인선수촌이 건설되는 등 많은 진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 스포츠의 저변은 초라하다. 제대로 된 훈련시설도 없고, 체계적인 지도프로그램도 많지 않다.
제주도에서 전지훈련을 한 용필성 수영 대표팀 감독은 “제주도가 좋아서 간 것이 아니라 올림픽 탑팀마저도 훈련장을 구할 수 없어 제주도까지 가서 훈련해야 했다”고 말했다. 금메달을 두개나 따낸 보치아의 박건우는 학교 식당을 치워가며 훈련했고, 휠체어펜싱의 김기홍과 유도의 박정민은 서울의 고등학교 체육관을 전전해야 했다. 육상의 홍석만은 “단순히 훈련기간을 늘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스포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문 트레이너를 갖추는 등 지원 시스템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 절실 베이징 거리 곳곳에 올림픽 광고를 세운 베이징올림픽 공식 파트너 삼성은 한국 선수단에 격려금 이외에는 지원이 없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와 같은 대형 스포츠 메이커들도 일반 올림픽 선수들과 달리 장애인 스포츠선수 지원에는 인색했다. 한국 장애인올림픽 선수들의 복장에서는 대기업이나 대형 스포츠 메이커의 후원을 찾을 수가 없다.
양궁팀의 한 선수는 “올림픽은 방송을 해주니 홍보가 된다고 기업들이 지원을 해주지만, 우리는 가족들도 경기 장면을 제대로 볼수 없다”고 했다. 이현옥 장애인체육회 홍보팀장은 “아테네 대회 이후 정부의 지원은 늘었지만, 기업은 여전히 장애인 스포츠를 후원하지 않는 그대로다”라고 했다. 장향숙 대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은 “공기업과 사기업들이 장애인체육팀 운영이 기업들의 이미지 개선과 사회적 공헌의 블루오션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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