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생일선물로 금메달을 주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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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오차오(새둥지)에 처음 태극기가 휘날렸다.
한국 장애인 육상의 간판스타 홍석만(33·제주도장애인체육회)이 11일 베이징 국가체육장에서 열린 육상 남자 400m(T53)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47초67. 자신의 세계기록을 1초19나 단축한 세계신기록이었다. 베이징 올림픽 주경기장인 국가체육장에서 애국가를 들으며 한국인으로는 처음 시상대에 오르는 기쁨도 만끽했다.
검은 경기복에 흰 두건을 쓰고 5번 레인에서 출발한 홍석만은 ‘한마리의 새’와 같았다. 출발 총성과 함께 휠체어를 굴려댄 두 팔은 쉴새없이 펄럭였다. 손을 한번 굴릴 때마다 쭉쭉 뻗어나간 휠체어는 국가체육장의 9만여 관중 앞에서 선두로 치고나갔다. 100여미터를 앞두고 다른 선수들은 모두 홍석만의 뒤에 있었다. 홍석만은 “금메달을 따고는 싶었지만 피곤하고 잠도 모자라 기록까진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좋은 기록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스피드 훈련 효과가 있었다”고 활짝 웃었다.
세살 때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홍석만은 스무살이던 1995년 휠체어 육상을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 훈련을 병행했던 그는 지난 아테네 대회 때 혜성처럼 등장해 100m와 200m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두 개나 안겼다. 당시 400m에서 50초05로 0.01초 차 은메달에 그쳤던 홍석만은 4년 동안 맹훈련을 하면서 이날을 기다려왔다. 톱팀에 선발되기 전 부상을 당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날 결승선에 섰을 때 그의 검은 장갑은 많은 훈련으로 군데군데 헤져 있었다.
홍석만이 남자 육상 400미터(T53)에서 금메달을 딴 11일 베이징 국가체육장(냐오차오)에서 태극기가 처음으로 게양되고 있다. 베이징/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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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만은 “9월16일 아이 생일인데 선물로 금메달을 주고 싶었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많은 사람들이 머릿속을 스쳐갔고, 가족들에게 고맙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홍석만은 400m계주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함께 출전했던 유병훈은 48초84를 기록하며 0.08초 차로 아쉽게 4위에 머물렀다.
이지석(34·경기일반)은 혼성 10m 공기소총 입사에서 704.3점(본선 600점+ 결선 104.3점)을 쏴 지난 9일 혼성 10m 공기소총 복사에 이어 2관왕이 됐다. 한국 사격은 이번 대회에서 금 3개, 은 3개, 동 1개를 따냈다.
탁구 남자 개인(장애 1등급) 결승에 나선 조재관(31·광주광역시)은 안드레아스 베베라(오스트리아)에 0-3으로 져 은메달을 차지했고, 남자 역도 56㎏의 정금종(43·서울시장애인체육회)은 타이, 중국선수와 나란히 180.0㎏을 들어올렸지만, 몸무게가 0.01㎏ 덜 나가 동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한편 시각장애인축구(5인제)에서 한국은 중국에 0-1로 져 3패째를 기록했다.
베이징/이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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