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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한국 택견의 ‘본때’ 보였습니다”

등록 2008-03-02 21:13수정 2008-03-03 19:38

택견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도기현 결련택견 회장이 구한말부터 택견꾼들이 수련하던 인왕산 중턱에서 택견의 고유기술인 ‘칼잽이’를 시범 보이고 있다.
택견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도기현 결련택견 회장이 구한말부터 택견꾼들이 수련하던 인왕산 중턱에서 택견의 고유기술인 ‘칼잽이’를 시범 보이고 있다.
무술 연극 ‘본때’ 연출한 도기현 결련택견협회장
인간문화재 송덕기 옹의 제자…26년간 외길 수련
가라데 고수 맞선 택견꾼 이야기 3·1절 맞춰 공연
“송영감, 손님왔어”

서울 종로구 사직동 한 노인정 앞에 더벅머리 총각이 서 있었고, 어둠컴컴한 방안에서 ‘송 영감’이 모습을 드러냈다.

총각은 이미 몇일째 노인정에서 ‘송 영감’을 찾았고, 마침내 ‘택견의 고수’라는 90살의 송 영감을 만난 것이다.

지금부터 26년전인 지난 1982년 봄, 당시 대학교 2학년이었던 무술 청년은 우연히 사직동 노인정에 택견 고수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무작정 찾아왔다. 어릴때부터 같은 또래의 친구들처럼 중국 무술영화배우 리샤오룽의 쌍절곤 무예에 심취했던 그는 대학에 입학한 뒤부터는 한민족의 전통 무예를 찾아 헤맸다. 그러나 고유의 몸짓을 간직하고 있는 전통무술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았다.


영감은 젊은이의 열의에 감동했는지 택견을 지도하기 시작했다.

아무 말없이 막대기로 땅에 큼직하게 한자 품(品)자를 쓰곤, 글자 꼴을 따라 좌우로, 그리고 앞뒤로 내딛는 동작을 시범 보였다.

“이게 품밟기야, 택견의 전부이지.”

휘청휘청, 능청능청 온 몸을 흐느적 거리다가 상대의 빈 곳을 찾아 날카롭게 파고드는 발차기를 구사하는 택견.

“택견은 한국대표 문화상품으로 충분한 잠재력”

[%%TAGSTORY1%%]

마치 무협지 주인공처럼 택견스승 송덕기 옹(1893~1987·무형문화재 택견 초대 인간문화재)을 만난 젊은이는 그 뒤 26년간을 전통무술 택견의 보존과 발전을 위해 외길 인생을 살고 있는 도기현(47·사진)씨이다. 송 옹은 구한말 택견의 고수였던 임호로부터 택견을 배웠고, 한때 당대의 주먹 김두한을 택견 한 수로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전해지기도 한다.

결련택견협회 회장이기도 한 도 씨는 지난 1일 자신의 ‘본때’를 보였다.

스스로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한 무술 연극 ‘본때’를 조선시대부터 택견이 널리 행해졌던 종로에 있는 종로문화센터에서 공연한 것이다. 3·1절을 맞아 공연된 이 연극은 일제시대에 일본인들의 무술인 가라데 고수에 맞서는 택견꾼의 이야기이다. 출연 배우는 대부분 택견을 배우는 대학생들. 도 씨는 이미 영화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이날 공연을 본 500여명의 관중들은 택견의 화려한 발차기와 부드럽고 강한 몸 동작에 매료됐다.

“택견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도씨는 지난 2004년부터 인사동에서 토요일마다 택견 단체경기인 ‘택견배틀’을 열고 있다. 택견의 옛모습처럼 마을대항 단체전 형태로 벌이는 이 경기는 한국판 이종격투기로 자리잡고 있다.

“용감하게 싸우고도 다치지 않는 택견은 한민족의 자긍심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택견꾼 도 씨가 택견을 고집하는 이유다.

글·사진/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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