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핸드볼 대표팀이 17일 태릉선수촌 오륜관에서 훈련하고 있다. 안정화의 슛을 골키퍼 이민희가 막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베이징올림픽 훈련현장을 가다 ③ 핸드볼
여자대표팀 유럽파 7명, 아직 합류 못해
남자팀은 지면 탈락 “부담감에 잠 못자” “빨리 밀고 나와야지 늦었잖아.” “야! 야! 앞으로 밀어내야 할거아냐.” 태릉선수촌 핸드볼전용체육관인 오륜관에선 지난 17일 여자대표팀 임영철 감독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핸드볼 예선 일본과 29일 재경기를 앞두고 여자 대표선수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어느새 유니폼 상의는 흠뻑 젖었다. 임 감독의 메모지에는 러닝 및 체조, 2대2, 4대4 로테이션, 4대3 퇴장시, 7m 던지기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 스케줄을 빼곡히 적혀 있다. 훈련엔 유럽파 7명이 합류하지 못해 국내파 8명만 참가했다. 골키퍼 2명을 빼면 필드플레이어는 고작 6명이었다. 더욱이 실업과 대학팀이 모두 핸드볼큰잔치에 출전해 연습상대조차 없었다. 그래서 농구의 3대3 반코트 경기처럼 7m 던지기 지점에 큰 깃대를 꽂고 공격진영 코트 반쪽만 사용하는 2대2 훈련을 했다. 백상서 코치는 직접 코트 안에 들어가 선수들과 몸을 부대꼈다. “부담감 탓에 잠을 제대로 못잔다”
“긴장감과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 바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 [%%TAGSTORY1%%] “그렇지 나이스 수비!” “힘들어도 몇개만 더…, 끝까지… 스텝 가볍게, 그렇지!” 최석재 코치는 선수들을 연방 격려하며 임 감독의 불호령에 주눅들지 않도록 했다. 선수단 각오는 결연했다.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주역 문필희(26·레프트백)는 “재경기가 우리 뜻대로 열려 기쁘다. 꼭 출전권을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같은 시각 태릉선수촌 월계관 1층 웨이트트레이닝장. 역시 오는 30일 일본과 재경기를 앞둔 남자팀 선수들이 쇳덩이와 씨름하며 몸을 단련했다. 남녀 대표팀은 오전과 오후 교대로 웨이트트레이닝과 전술훈련을 반복한다. 김태훈 감독은 국내파 10명에게 “너희들이 주전이라는 생각으로 뛰라”며 책임감을 심어주고 있다.
여자팀은 이번에 지더라도 세계예선에서 다시한번 올림픽 진출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남자팀은 유럽세가 강해 세계예선에서 베이징행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남자선수들의 눈빛엔 긴장감이 더 감돌았다. 베테랑 강일구(32·골키퍼)는 “패배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표팀 6년차 김태완(28·레프트윙)도 “5분이든 10분이든 코트에만 나가면 죽기살기로 뛰겠다”고 했다. 국외파 합류는 남녀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남자팀은 윤경신(35·독일 함부르크) 등 5명이 모두 20일에 합류했지만, 한창 유럽리그가 진행중인 여자팀은 7명 중 19일 귀국한 우선희(루마니아 룰멘툴)만 빼곤 6명이 아직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문필희는 “용병(국외파) 언니들 합류가 늦어져 답답하다”고 했다. 대표팀은 긴장과 부담이라는 또다른 적과 싸우고 있었다. 두 감독은 “부담감 탓에 잠을 제대로 못잔다”고 호소했다. 눈이 충혈된 김태훈 남자팀 감독은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긴장감과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 바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임영철 감독은 “사상 유례없는 재경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해 온세계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역대전적 앞서지만 홈팬 1만명 극복해야
아시아 예선 일본과 재경기 한국은 일본과 역대전적에서 크게 앞선다. 2000년 이후 여자팀은 7승1무2패, 남자팀은 5승2무다. 제대로 붙으면 여자는 10골, 남자는 5골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한수 위인 한국핸드볼이 최근에도 일본에게 비거나 진 적이 있다는 게 꺼림칙하다. 여자팀은 2004년 7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2진들을 내보냈다가 23-31로 졌다. 또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중동심판의 편파판정에 1골 차로 희생됐다. 바로 이번 재경기 사태를 부른 대회다. 임영철 감독은 “일본 핸드볼이 많이 성장했다. 기술은 떨어지지만 지구력과 체력이 좋다”고 경계했다. 남자팀은 2003년 9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때 에이스 윤경신의 컨디션 난조로, 지난해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때 편파판정으로 두차례 비겼다. 일본에서 열린 경기에선 남자는 홈 텃세에도 2000년 이후 3승1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자는 1승1무1패다. 더욱이 이번 재경기가 열리는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은 수용인원이 1만명이 넘는다. 두 감독은 “일본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견뎌내는 게 변수”라고 우려했다. 김동훈 기자
남자팀은 지면 탈락 “부담감에 잠 못자” “빨리 밀고 나와야지 늦었잖아.” “야! 야! 앞으로 밀어내야 할거아냐.” 태릉선수촌 핸드볼전용체육관인 오륜관에선 지난 17일 여자대표팀 임영철 감독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핸드볼 예선 일본과 29일 재경기를 앞두고 여자 대표선수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어느새 유니폼 상의는 흠뻑 젖었다. 임 감독의 메모지에는 러닝 및 체조, 2대2, 4대4 로테이션, 4대3 퇴장시, 7m 던지기 등 아침부터 저녁까지 훈련 스케줄을 빼곡히 적혀 있다. 훈련엔 유럽파 7명이 합류하지 못해 국내파 8명만 참가했다. 골키퍼 2명을 빼면 필드플레이어는 고작 6명이었다. 더욱이 실업과 대학팀이 모두 핸드볼큰잔치에 출전해 연습상대조차 없었다. 그래서 농구의 3대3 반코트 경기처럼 7m 던지기 지점에 큰 깃대를 꽂고 공격진영 코트 반쪽만 사용하는 2대2 훈련을 했다. 백상서 코치는 직접 코트 안에 들어가 선수들과 몸을 부대꼈다. “부담감 탓에 잠을 제대로 못잔다”
“긴장감과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 바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 [%%TAGSTORY1%%] “그렇지 나이스 수비!” “힘들어도 몇개만 더…, 끝까지… 스텝 가볍게, 그렇지!” 최석재 코치는 선수들을 연방 격려하며 임 감독의 불호령에 주눅들지 않도록 했다. 선수단 각오는 결연했다.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주역 문필희(26·레프트백)는 “재경기가 우리 뜻대로 열려 기쁘다. 꼭 출전권을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한국핸드볼 역대 올림픽 성적
여자팀은 이번에 지더라도 세계예선에서 다시한번 올림픽 진출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남자팀은 유럽세가 강해 세계예선에서 베이징행을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남자선수들의 눈빛엔 긴장감이 더 감돌았다. 베테랑 강일구(32·골키퍼)는 “패배는 있어서도 안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대표팀 6년차 김태완(28·레프트윙)도 “5분이든 10분이든 코트에만 나가면 죽기살기로 뛰겠다”고 했다. 국외파 합류는 남녀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남자팀은 윤경신(35·독일 함부르크) 등 5명이 모두 20일에 합류했지만, 한창 유럽리그가 진행중인 여자팀은 7명 중 19일 귀국한 우선희(루마니아 룰멘툴)만 빼곤 6명이 아직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문필희는 “용병(국외파) 언니들 합류가 늦어져 답답하다”고 했다. 대표팀은 긴장과 부담이라는 또다른 적과 싸우고 있었다. 두 감독은 “부담감 탓에 잠을 제대로 못잔다”고 호소했다. 눈이 충혈된 김태훈 남자팀 감독은 “하늘이 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긴장감과 부담감을 털어내는 것, 바로 우리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임영철 감독은 “사상 유례없는 재경기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비롯해 온세계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국가적 자존심을 걸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역대전적 앞서지만 홈팬 1만명 극복해야
아시아 예선 일본과 재경기 한국은 일본과 역대전적에서 크게 앞선다. 2000년 이후 여자팀은 7승1무2패, 남자팀은 5승2무다. 제대로 붙으면 여자는 10골, 남자는 5골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러나 한수 위인 한국핸드볼이 최근에도 일본에게 비거나 진 적이 있다는 게 꺼림칙하다. 여자팀은 2004년 7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 2진들을 내보냈다가 23-31로 졌다. 또 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 예선에서 중동심판의 편파판정에 1골 차로 희생됐다. 바로 이번 재경기 사태를 부른 대회다. 임영철 감독은 “일본 핸드볼이 많이 성장했다. 기술은 떨어지지만 지구력과 체력이 좋다”고 경계했다. 남자팀은 2003년 9월 일본 고베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 때 에이스 윤경신의 컨디션 난조로, 지난해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때 편파판정으로 두차례 비겼다. 일본에서 열린 경기에선 남자는 홈 텃세에도 2000년 이후 3승1무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자는 1승1무1패다. 더욱이 이번 재경기가 열리는 도쿄 요요기 국립체육관은 수용인원이 1만명이 넘는다. 두 감독은 “일본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견뎌내는 게 변수”라고 우려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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