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경(30·오른쪽) 전미연(30·왼쪽) 선수
전국체전 강원대표 ‘주부 육상선수’ 이윤경·전미연
따스한 가을 햇살과 파란 잔디. 마치 가을운동회처럼 평화롭다. 지난 10일 오전, 제88회 전국체육대회 육상경기 참가선수들이 광주 월드컵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강원대표로 참가한 이윤경(30·오른쪽) 전미연(30·왼쪽) 선수도 거기에 있었다.
둘은 결혼해 아이까지 둔 주부 스프린터. 이윤경은 2002년 12월 육상 중거리 출신 김남진(33)씨와 결혼한 뒤 성적이 더 좋아졌다. 이듬해 400m(53초67)와 400m 허들(57초90) 한국신기록을 세웠다. 아들(김민석·30개월)을 가졌을 때도 “너무 뛰고 싶어” 임신 4개월이 지난 뒤부터 조깅을 했다. 그의 운동관은 결혼 후 바뀌었다. “예전엔 한국기록을 깨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운동했지만 지금은 운동을 즐기죠.”
전미연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해 20년째 트랙을 누비고 있다. 2001년 결혼해 2003년 아들(박성민·4살)을 낳았지만 운동을 포기하기는커녕 더 오래도록 뛰고 싶어한다. 춘천 우석초등학교 체조감독인 남편 박정식(39)씨는 유연성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두 선수 모두 결혼 뒤 성적이 더 좋아지자, 육상 지도자들 사이에선 “미혼 선수들 빨리 시집 보내야겠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동갑내기 친구인 이들은 1993년 고 1때부터 전국체전에 나섰다. 그동안 딴 메달만도 둘 다 수십개에 이른다. 전미연은 “가능하면 오랫동안 운동하고 싶다”고 했고, 이윤경도 “아직 은퇴할 생각은 없다. 400m 53초대 선수를 키워놓고 떠나겠다”고 했다.
광주/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