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프로축구 삼성하우젠컵2005 부산 아이파크의 뒤늦은 개막전이 열린 20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원정팀 FC서울이 2-0으로 앞선 하프타임 때 정광태씨의 노래 <독도는 우리 땅>이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최근 독도 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에 편승해 유행하고 있는 스포츠 마케팅의 일종이다.
경기 시작 전 입장식 때 선수들의 손을 맞잡고 경기장에 들어온 어린이들은 가슴에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분명 어른들이 그 유니폼을 입으라고 시켰을 것이다. 선수들이 굳이 어린이의 손을 잡고 경기장에 입장하는 것은 축구가 폭력이 아닌 평화의 도구임을 강조하기 위한 의식인데도 말이다.
독도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분위기는 축구장 뿐 아니다. 19일 벌어진 안양 에스비에스(SBS)와 대구 오리온스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경기가 벌어진 안양체육관에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보였다.
경기장의 이런 모습들은 생뚱맞아 보인다. 더구나 이들 경기는 일본 팀과 대결하는 국제경기도 아니다. 관중도 대부분 한국 사람이다. 경기가 일본으로 중계 되는 것도 아니다.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을 보면서 감동을 느껴야 할 스포츠 무대에서 의도적으로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것은 빗나간 애국주의 마케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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