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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누가 그들을 ‘2인자’라 하는가

등록 2006-12-12 18:28

‘잡힐 것 같니!’ 한국의 곽철웅(왼쪽)이 12일(한국시각) 럭비 7인제 결승에서 일본 선수들의 태클을 피해 사력을 다해 뛰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잡힐 것 같니!’ 한국의 곽철웅(왼쪽)이 12일(한국시각) 럭비 7인제 결승에서 일본 선수들의 태클을 피해 사력을 다해 뛰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한국럭비, 결승전서 일본에 통한의 역전패
개 경주장서 훈련…유일 전용구장 헐릴 판

전반 4분12초. 100m를 11초대에 주파하는 곽철웅(29)이 럭비공을 잡고 내달린다. 그의 유니폼에는 무명의 국내 럭비업체 로고가 작게 찍혀있다. 유명 스포츠업체들의 후원을 받지 못한 그들은 한벌에 10만원쯤 하는 이 유니폼을 일괄 구입해 태극마크를 박았다.

그를 잡기 위해 일본 선수들이 따라온다. 프로팀 14개 밑에 1·2·3부리그까지…. 팀이 3천개가 넘고, 연봉도 억대인 그들은 곽철웅의 ‘트라이’를 끊지 못했다. 14-0. 우승이 보였다. 전·후반 10분씩 20분의 시간이 모두 흘러갔다. 22-26으로 뒤진 일본의 남은 한번의 공격. 오스트레일리아 럭비유학을 다녀온 야마다 아키히토가 한국의 땅끝 오른쪽 구석을 향해 뛴다. 32살의 주장 김형기가 그를 막기 위해 몸을 던졌다. 그러나 공은 이미 땅을 찍은 뒤였다. 26-27. 기다렸다는 듯 심판의 종료 호루라기 소리가 길게 울렸다. 12일 새벽(한국시각) 열린 15회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럭비 7인제 결승전. 한국의 아쉬운 역전패로 끝났다.

8년 전, 4년 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그들은 금메달을 땄다. 불모지에서 거둔 우승. 럭비대표팀은 광고출연까지 하는 뜻밖의 ‘대접’을 받았다. 정형석 코치는 씁쓸이 웃었다. “달라진 게 없어요. 상황은 오히려 더 안 좋아졌죠.”

한국전력 코치이기도 한 47살의 그는 지난해 국내대회에서 팀에 교체선수가 없어 직접 경기에 뛰기도 했다. 한전은 팀 훈련장이 없어 고등학교 운동장이 잠시 비는 틈을 이용한다. 실업팀 4개(삼성SDI·한국전력·포항강판·상무). 재정상 선수충원을 못해 삼성에스디아이 선수들의 평균나이는 34살이다. 포항강판은 14명밖에 없어 15인제 럭비팀을 꾸리지도 못한다. “대학선수 40명 중 한해 상무 입대 12명 정도를 뺀 나머지는 운동을 포기하고 있습니다. 최악입니다.” 서천오 대표팀 코치는 한숨을 쉰다.

태릉과 태백선수촌에도 럭비 훈련장이 없어 그들은 지방을 전전했다. 충북 제천의 한 리조트로부터 비수기에 싼 비용으로 숙소를 제공받은 그들은 개(그레이하운드) 경주장에서 훈련을 했다. 럭비구장 규격인 세로 100m보다 20m가 작았다. 서 코치는 “그나마 잔디가 있어 다행이었다”고 말한다. “연습상대도 없었어요. 우리끼리 하니 실전처럼 훈련하기가 힘들었죠.” 그들에겐 서울 오류동의 유일한 럭비전용구장이 있지만, 개인 소유의 그 구장에서 훈련을 할 수 없었다. 구장의 터도 상업용도로 변경돼 이제 그 구장마저 헐릴 판이다.

주장 김형기는 1998년 방콕,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15인제와 7인제에서 모두 우승해 4관왕에 올랐다. 이번 대회는 15인제가 없어졌다. “3회 연속 우승하지 못해 아쉽고 슬픕니다.” 그러나 누가 그들을 2인자라고 부를 수 있겠는가.

도하/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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