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이 지난 8일(한국시각)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수영 남자자유형 1500m에서 1위로 골인한 뒤 환호하고 있다. 도하/연합뉴스
10년 동안 박태환 훈련시킨 노민상 감독
한번에 초밥 100개 ‘뚝딱’…재능 천부적
한번에 초밥 100개 ‘뚝딱’…재능 천부적
“태환이는 배고프면 못 뜁니다. 아무리 훌륭한 지도자라도 움직일 수가 없죠.”
도하아시아경기대회 ‘수영 영웅’ 박태환(17·경기고2)을 키운 노민상 감독(50·오른쪽 사진). 박태환이 7살 때부터 수영을 가르쳤으니, 박태환의 모든 것을 부모보다 더 잘 안다. 도하에서 귀국한 지 이틀만인 11일 서울 문정동 자택에서 만난 노 감독은 박태환의 특성을 묻자 “태환이한테는 먹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고 말한다. 일본 전지훈련 때 한자리에서 조그마한 초밥 100개를 해치웠고, 태릉선수촌에서는 밤늦게 배고플까봐 가장 늦게 저녁을 먹는다고 한다. 그래도 허기를 느끼면 노 감독이 밤 9시에 좋아하는 크림빵과 베지밀을 사들고 방을 찾아간다.
곱상하게 생긴 박태환은 한창 때 마음껏 먹지는 못했다. 어렸을 때 아버지 사업 실패로 넉넉한 생활을 하지 못했다. 박태환이 중3 때 국가대표가 돼 태릉에 들어갈 때다. 노 감독은 “태환아, 이제 원없이 먹을 수 있다. 정말 네 실력을 발휘하라”며 기뻐했다고 한다. 때문에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자유형 1500m 경기를 앞두고 수소문 끝에 아랍산 양고기 구이를 따뜻하게 포장해 선수촌으로 들여가다가 경비들에게 빼앗긴 것은 두고두고 마음이 아리다. “식지말라고 음식점에서 총알처럼 달고 들어갔는데….”
먹는 것만 충족되면 거칠 것이 없다. 노 감독은 “워낙 인성이 좋고, 스포츠 지능이 뛰어나다”고 말한다. 하루 1만~2만m의 연습훈련을 할 때도 박태환은 단 한번 힘들다고 ‘핑계’를 대지 않는다. 중3 때다. 400m 훈련을 시키면서 100m마다 똑같은 페이스로 돌라고 지시했다. 있는 힘을 다해서 돌면서도 박태환은 59초씩 정확하게 끊어서 들어왔다. 천부적으로 페이스 감각이 탁월하다.
노 감독이 보는 박태환의 수영 특징은 ‘폼’과 ‘중심’이다. 워낙 좌우균형이 뛰어나 물을 타는 모양새가 예쁘고, 중심을 배꼽에 두지 않고 가슴에 두면서 저항을 줄인다고 한다. 마치 고성능 보트가 앞을 쳐들고 달릴 수 밖에 없는 것과 똑같다는 것이다.
박태환의 약점은 비오는 날 컨디션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남자자유형 1500m를 앞두고도 큰 비가 내려 노 감독은 노심초사했다. 박태환의 기분을 끌어올릴 수 없을까 고민하던 노 감독은 “너 금메달 따면 노트북 사줄게”라고 약속해 버렸다. 월급 300만원 받는 감독이 고스란히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
수영 명문 서울 용산의 오산중·오산고를 졸업한 노 감독은 국가대표 한번 해보지 못한 고졸 출신 무명 지도자다. 잡초 중의 왕잡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끊임없는 연구와 상대분석, 탁월한 용병술과 인화력으로 한국 수영의 가장 화려한 시대를 꽃피우고 있다.
노 감독은 “박태환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이라는 목표가 남아 있다”며 “동양인 최초로 자유형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선수도 잘해야 하지만, 옆에서 지켜봐주는 팬들의 사랑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박태환 훈련시킨 노민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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