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단뛰기의 기둥 김덕형(오른쪽)이 태릉훈련원에서 박영준 코치로부터 동작을 지도받고 있다.
메달 향해 펄떡 펄떡 펄떡
생존을 위한 원초적이고 처절한 도약이다. 어릴 때 ‘누가 멀리 뛰나’며 내기하던, 껑충껑충 한발씩 번갈아 뛰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육상종목인 세단뛰기에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메달의 꿈이 영글고 있다.
한국 남자세단뛰기 최고기록(16m88) 보유자 김덕현(21·조선대)은 중학교(벌교 삼광중) 시절부터 만능 도약선수였다. 멀리뛰기와 높이뛰기, 세단뛰기 등에서 타고난 발목 힘과 점프력으로 남들보다 높이, 그리고 멀리 날았다.
광주체고에 진학한 뒤로는 2학년 때부터 세단뛰기로 전공을 정했다. 본격적으로 세단뛰기에 나선지 한달만에 전국을 제패했다. 대회마다 그의 이름이 맨 꼭대기에 올랐다. 지난해 마카오 동아시아대회에 출전해 한국기록을 갈아치웠고, 지난 9월 요코하마 슈퍼미트대회에서 자신의 기록을 9㎝ 늘리며 아시아 정상을 향해 성큼 다가섰다.
세단뛰기는 40m 이상을 도움닫기해 모래사장에서 11m 떨어진 첫 발구름자리에서 한발로 뛰었다가 그 발로 착지한 뒤, 다시 도약했다가 반대발로 착지하고, 바로 점프해 거리를 겨루는 종목이다. 멀리뛰기 종목에 비해 순간 연결동작이 좋아야 하고, 발목 힘도 뛰어나야 한다.
1m81·68㎏인 김덕현은 12월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16년만에 이 부문 메달을 노리고 있다. 그의 조련사는 박영준(41) 코치. 박 코치는 20년전인 1986 서울아시아경기대회에서 이 부문 은메달을 따냈다. 4년 뒤인 90년 베이징아시아경기대회에서 유재균이 동메달을 따낸 뒤 한국은 노메달이었다.
박 코치는 김덕현을 통해 자신이 못이룬 아시아 정상의 꿈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현재 기록만으로도 메달권은 낙관한다. 그러나 17m 벽을 넘어서 금메달을 따고 싶은 것이 박 코치의 바람이다.
“그래, 무릎을 힘차게 올려!” 태릉훈련원 운동장에서, 달리는 김덕현을 향해 외치는 박 코치의 목소리가 유난히 힘차다.
글·사진 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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