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경기대회장 재치있는 입담 주인공 데이비
그는 바빴다. 선수명단을 확인하고, 트랙에서 달리는 선수들을 망원경으로 찾았다. 그리고 정확한 영어로 장내 상황을 설명했다. 곁에 있는 통역이 이를 다시 한국말로 설명했으나 그의 아나운싱으로 국제육상대회의 맛은 더욱 깊어졌다.
2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장에는 국내 육상대회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장내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미국인 데이비드 존슨(55)은 이날 본부석에 앉아 운동장에서 벌어지는 육상 경기를 재치있고 깊이있게 소개했다.
육상대회에 장내 아니운서가 필요한 것은 트랙과 필드에서 여러 종목의 경기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에 관중들을 위해 설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4·러시아) 등 육상 특급스타가 출동한 이날 경기장에는 수많은 관중이 이들의 역동적이고 힘찬 달리기와 높이뛰기 그리고 던지기를 만끽했다.
“팬들에게 최대한 재미있게 육상을 알리는 게 임무입니다.” 그가 경기장 아나운서로 나선 것은 13년 전. 친구 대신 우연히 마이크를 잡은 것이 미국의 각종 육상대회 장내 아나운서로 이력을 쌓게 됐다. 존슨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육상스타 마이클 존슨(미국)이 남자 200m 금메달을 따내는 순간에도 현장을 지켜봤다.
고교 때까지 육상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뛴 존슨은 대학에서는 통계학을 전공하고 1996 애틀랜타올림픽조직위원회에서 일하기도 했다. 가을 바람에 흩날리는 흰 머리카락과 수염처럼 부드러운 영어를 구사한 그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육상이 한국에서 인기종목으로 자리잡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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