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새’ 도약은 복합육상
장대를 두 손에 움켜쥐고 힘차게 달리다가, 장대를 받침대 삼아 하늘로 날아오르는 시원함. 하늘을 나는 것을 동경하는 인간이 만들어낸 호쾌한 육상경기가 바로 ‘장대높이뛰기’이다.
28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바로 ‘나는 미녀새’ 옐레나 이신바예바(24·러시아)의 마술같은 도약이다. 그러나 장대높이뛰기는 ‘육상의 종합작품’이라고 할 만큼 다양하고 세밀한 능력을 필요로 하는 매우 어려운 운동이다.
고대 양치기 소년들이 방목장에서 지팡이를 사용해 울타리나 장애물을 뛰어 넘은 것에서 기원한 장대높이뛰기는 팔과 다리가 길어야 하고, 강한 상체와 하체, 그리고 체조선수 같은 유연성과 단거리 선수의 스피드, 그리고 뛰어난 담력을 갖춰야 가능하다.
길이 4~, 무게 2.5~5㎏의 장대(폴)는 애초 대나무였으나, 철이나 알루미늄을 거쳐 지금은 주로 글라스파이버나 카본 재질이다. 선수는 이 장대를 들고 30~40m의 도움닫기 주로를 마치 100m 선수의 속도로 달려가 폭 50㎝, 깊이 20㎝의 받침대(박스)에 정확히 꽂은 뒤 장대의 탄력을 이용해 허공에 뜬다. 선수는 우선 두손의 힘으로 몸을 끌어 올린다. 강한 상체의 근력이 필요하다. 그러곤 몸을 회전시킨다. 체조선수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 다음 거의 허공에서 물구나무 선 상태에서 두손으로 장대를 밀친다. 이 때 약 1m가량이 더 상승한다. 그리고 바를 타고 넘는다. 공중에서 정확한 동작을 할 수 있는 담력과 정신력이 필요하다.
이신바예바는 어릴 때 체조선수였으나 키가 크는 바람에 장대높이뛰기 선수가 됐다. 유덕수 한국체대 교수는 “높이뛰기처럼 장대높이뛰기도 키가 클수록 유리하다”며 “달리는 스피드와 순발력, 근력, 조정력 그리고 유연성과 신경과 근육의 협조가 잘 돼야 하는 육상경기 종목의 집합”이라고 말했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사진 로이터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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