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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하며 구타 검사했죠. 폭력없애니 실력도 늘데요”

등록 2006-09-21 19:39수정 2006-09-21 20:45

학원스포츠에서 폭력을 없앤 정대관 고려대 럭비부 감독(앞줄 왼쪽 두번째)이 4년간 고락을 함께한 졸업반 선수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이길우 기자
학원스포츠에서 폭력을 없앤 정대관 고려대 럭비부 감독(앞줄 왼쪽 두번째)이 4년간 고락을 함께한 졸업반 선수들과 환하게 웃고 있다. 이길우 기자
‘폭력없는 운동부’ 만든 고려대 럭비팀 정대관 감독
럭비다. 게다가 고려대다. 왠지 살벌하다. 거칠고, 상하 위계질서가 강한, 그래서 때로는 폭력도 불사하는 그런 이미지다.

온몸이 근육질인 럭비선수들. 비인기종목이고 국내 실업팀이라곤 달랑 세 팀, 그래서 대학이 대다수 럭비선수들의 종착역이다. 그런 대학 럭비팀에 새바람을 불어넣은 지도자가 있다.

2001년부터 고려대 럭비부 사령탑을 맡고 있는 정대관(40) 감독.

놀랍게도 그는 선후배 폭력이 전혀 없는 ‘무폭력 대학스포츠팀’을 ‘창조’했다. 그리고 국내무대의 최강자로 조련했다.

연세대와의 정기전(23일·잠실) 준비에 온통 집중하고 있는 정 감독을 찾아간 것은 학원스포츠에서 고질적인 폭력을 완전히 없앴다는 ‘믿기 어려운 소문’ 때문이었다. 20일 경기도 송추에 있는 고려대 전용구장에서는 고려대 응원가가 크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럭비팀이 마무리 전력 훈련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폭력을 없앴죠?”

“선수생활 때 선후배간 폭력은 일상사였어요. ‘줄빠따’에 기합, 마치 옛날 군대처럼 맞지 않으면 잠이 안 왔어요. 대학 졸업 뒤 7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다시 간 학교는 여전했어요. 심지어 4학년 선배가 경기 중 다른 학교 후배에게 고의적인 반칙으로 부상을 당해 실려 나가더라도 후배들이 고소해하는 눈치였어요. 전력이 한참 떨어지는 팀에 형편없이 졌는데도 당연스러워하는 분위기였어요.”

부산이 고향인 정 감독은 고려대 체육교육학과를 다니며 선수생활을 했고, 대학 졸업 뒤 삼성중공업에서 일반사원으로 7년을 근무했다. 그리고 2001년 모교의 부름을 받아 3분의 1로 줄어든 연봉을 마다않고 부임했다.


“그런 원인이 선후배간 심한 폭력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폭력을 금지하기로 했죠. 주장도 제 허락 없이는 후배들에게 기합을 주지 못하게 했어요. 자주 목욕을 하면서 혹시 구타 흔적이 있나 검사했죠. 물론 선후배간 형제애 같은 우애가 생기도록 노력을 병행했어요.”

정 감독은 이와 함께 선수들에게 오전수업을 ‘강요’했다. 수업을 듣고 확인도장을 받도록 한 것이다. 이전엔 운동 특기생들은 당연히 수업을 빠졌다. 오전에 잠만 자다가 오후에 훈련하니 정신도 맑지 못했고, 부상도 자주 발생했다. “선수들이 오전에 뭔가 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았어요. 그러니 오후 훈련도 활기찼어요.”

정 감독은 선수들에게 ‘비전’도 제시했다. 성인팀만 2천여개 있는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이다. 대학이 종착역이 아니라 프로 럭비선수가 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된 것이다.

정 감독의 고려대는 분위기가 바뀌며 전력이 수직상승했다. 2003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었던 고려대는 2004년부터 국내 대회 우승을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대통령기 대회는 3년 연속 우승을 하는 등, 평균 7할대의 우승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구타 근절’ 소문이 퍼지며 우수한 학생들이 몰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맹세컨대 1학년 때부터 졸업반인 지금까지 한 대도 안 맞았고, 한 대도 때리지 않았어요.” 주장 연권우(체육교육4)가 밝은 표정으로 말한다. 밝은 가을 햇살이 비치는 푸른 잔디밭에 싱싱한 젊음이 펄펄 뛰어다니고 있었다. 송추/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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