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라이드 데뷔전 1회 기권패
그의 얼굴은 성한 곳을 찾기 힘들었다. 오른쪽 눈은 찢어져 꿰매야 했고, 왼쪽 눈도 부어 올라 거의 감겼다. 왼쪽 뼘과 콧등도 상대주먹의 가격에 형편없이 부어 올랐다. 민속씨름 천하장사의 자존심은 형편없이 망가졌다.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는 얼굴이었는데, 일본 땅에서 처참하게 부서졌다. 단 10분, 1회전도 버티지 못한 무기력한 ‘천하장사’였다.
이태현(30)이 일본 프라이드 무대 데뷔전에서 처참하게 패했다. 한국 민속씨름에서 천하장사 3회를 차지했던 이태현은 10일 도쿄 북쪽 사마타이현의 슈퍼아레나에서 벌어진 프라이드 무차별급 데뷔경기에서 브라질의 한물 간 노장 히카르도 모라에스(39)에 1회 8분8초만에 기권패했다.
지난 7월 민속씨름에서 은퇴를 선언하며 프라이드 진출을 선언하고, 한달 만에 치른 데뷔전에서 이태현은 아무런 기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체력의 한계를 쉽게 보이며 무너진 것이다. 강인한 투지도 없었다.
4만7천명의 관중이 보는 가운데 한국 씨름의 자존심을 품고 오른 프라이드 무대에서 이태현은 경기 초반, 잡채기 등 씨름 기술을 동원해 모라에스를 매트에 쓰러뜨리는 ‘테이크 다운’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었다. 상대를 제압하는 기술이 전혀 없었고, 상대에 올라타고도 위력없는 주먹을 마구 휘두르다 스스로 힘을 소진했다. 접근전에서도 이태현은 격투사로서 위력적인 주먹 타격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프라이드 전적 2전2패의 모라에스 역시 초반에 체력이 떨어지며 이태현과 함께 흐느적거렸고, 관중들은 두 거구의 무기력한 경기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태현의 체력은 5분만에 완전히 바닥을 보였다. 혼자 서있기도 힘들어 보였다. 이태현은 오른쪽 눈부위가 찢어져 심판이 진찰을 위해 경기를 중단시키자, 끝내 경기 포기의사를 보였다. 이태현의 세컨드는 흰수건을 경기장에 집어 던졌다. 격투사로서의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치른 성급한 데뷔전의 ‘당연한 결과’였다.
이태현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프라이드 무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 연습과 실전은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중 상대를 어떻게 제압해야 하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며 “첫 경기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더욱 연습에 몰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르코 크로캅은 무차별급 결승에서 조쉬 바넷을 1회 7분32초만에 통쾌한 케이오승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날 우승으로 ‘프라이드 무관의 제왕’ 오명을 벗은 크로캅은 12월 31일 프라이드 남제대회에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프라이드 최강자 자리를 놓고 다투게 됐다.
도쿄/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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