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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이종격투기 ‘수호천사’ 여성 4인방

등록 2006-09-05 20:17

거친 사내들의 피튀기는 땀방울
그 뒤엔 ‘아름다운 조연’ 있었네
피가 튄다. 차돌처럼 단단한 육체가 둔탁하게 충돌한다. 강인한 육체와 정신만이 추앙받는 살벌한 현장인 이종격투기 경기장을 누비고 다니는 여성들이 있다.

이들은 경기현장에서 선수를 경호하고, 장내방송으로 현장 분위기를 만들고, 쉬는 시간 링 위에서 볼거리를 제공하고, 사진으로 기록한다.

선수경호와 대회홍보는 나에게 맡겨라

격투사들은 박지경(28)씨를 ‘격투사의 대모’라고 부른다. 2002년 이종격투기가 본격적으로 소개될 때부터 박씨는 격투사들과 함께 했다. 대학에서 스포츠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스포츠 이벤트회사에서 홍보일을 담당하다가 격투기 전문 스포츠마케팅회사에 취직했다. “처음엔 그들이 무서웠어요. 그리고 ‘이건 스포츠도 아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격투사 곁에서 그들이 피와 땀을 흘리며 연습하고, 링 위에서 성취하는 모습을 보면서 격투기에 빠져 들었다.

처음엔 대회 진행상황을 총괄하다가 지금은 주로 선수들 경호를 담당한다. 광적인 팬들로부터 선수를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것이다. 또 대회홍보도 책임진다.

박씨가 가장 좋아하는 격투사는 데니스 강. “상대의 주먹이 얼굴에 날아오는데 그는 눈을 감지 않더군요. 정말 멋진 선수예요.”

살벌한 분위기는 내가 죽인다


라운드걸 노선화(24)씨는 이미 이름을 날리고 있는 레이싱걸이자, 모델이다. 숨막힐 듯 격렬한 격투 사이사이 노씨가 링에 오르는 순간 분위기는 화사해진다. 스스로를 ‘링 위의 꽃’이라 부르는 노씨는 5년 전부터 피가 흘린 격투장 매트 위를 사뿐사뿐 걸어왔다.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저런 걸 왜 하지라는 의문도 들구요. 이제는 경기 자체를 즐기게 됐어요. 정말 멋있는 스포츠예요”

노씨는 격투기 선수들이 의외로 수줍어한다고 했다. 고교시절부터 무용을 했고, 지금은 요가 일종인 필라테스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는 노씨는 “격투기가 스포츠로 인정받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말한다.

선수 소개는 이렇게 하라

격투기 선수가 등장할 때면 높은 톤의 여성 아나운서가 ‘악을 쓰며’ 선수를 소개한다.

어두워진 조명이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힘찬 음악이 울려퍼지며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습을 비출 때 그 여성 아나운서의 고조된 목소리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는다. 격투기 초기부터 얼굴 없이 목소리로만 격투기 분위기를 살려온 구민선(35)씨는 KBS 공채 성우출신. 지금은 프리랜서로 활동중이다.

“처음엔 거의 경기를 보지 못했어요. 눈을 감고 있었어요. 선수가 피 흘리고, 물통 담은 물동이가 핏물로 가득차고….”

그러던 구씨가 지금은 격투기를 즐긴다. “격투기는 중독성이 있어요. 승부가 나는 게 너무 통쾌해요.” 구씨는 “괴물이라 불러다오”라고 선수를 소개한 멘트가 가장 기억난다고 한다.

격투기 기록은 영원하다

격투사의 거친 호흡 하나 하나 포착해 기록으로 남기고, 미디어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이남영(33)씨. 링 안에 격투사들이 온몸의 기를 모아 격돌할 때마다 셔터 위에 놓인 이씨 손가락은 파르르 경련을 일으킨다. 대회 때마다 링 옆에 붙어 사진을 찍는 이씨는 대학에서 사진 전공 뒤, 스포츠 사진에 빠져 프로축구 경기사진을 찍으면서 격투기에 접하게 됐다.

“피가 카메라에 튕길 땐 징그러워요. 그래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요.” 순간적인 주먹 한방에 승부가 나곤 하기 때문에 경기를 지켜보는 이씨는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 “한국에서 세계적인 격투기 경기가 열리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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