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최중량급에서 하루 4차례 세계신기록을 세운 장미란 선수 (AP=연합뉴스)
‘500만원’ 대 ‘5억원’…스포츠 포상금도 ‘부익부빈익빈’ 논란
‘500만원’ 대 ‘5억원’.
지난달 열린 2006 ‘한·중·일 국제초청역도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여자 역사 장미란(23·원주시청)은 총 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반면 2006 독일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에게는 우승할 경우 개인당 5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한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포상금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각하다. ‘우승’을 위해 흘린 땀방울이나 그 의미가 종목마다 다르지 않지만 포상금 액수로만 따지면 100배 차이가 난다. “장 선수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메달을 딴 것이 아니지 않느냐” “비인기종목인 역도와 인기종목인 축구를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이견도 있겠지만, 메달이나 기록에 대해 선수들이 받는 혜택의 차이는 체육계 ‘양극화’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 “장미란 선수, 친선경기인데다 연맹 재정이 열악해서…”
한국 역도의 간판스타인 장미란은 지난달 22일 이 대회에서 하루에만 무려 4번의 세계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기록이다. 대한역도연맹은 자체 포상금 규정에는 없지만, 장미란의 세계기록 수립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격려금 300만원을 지급했다. 이는 장미란이 참가한 대회가 포상금 규정이 없는 친선경기이고, 역도연맹의 재정이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장미란의 소속팀인 원주시청은 ‘기타 국제대회 포상금’ 100만원, 세계신기록 수립에 따른 격려금 100만원 등 200만원을 지급했다. 강원도체육회도 금일봉을 전달, 그가 받은 격려금과 포상금은 금일봉을 포함해 500만원 플러스 알파 수준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포상금 논쟁이 일었다. 야구나 축구, 쇼트트랙 등 인기종목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두둑한’ 포상금과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대한역도연맹 홈페이지에는 연맹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병수씨는 “세계신기록에 대한 격려금이 너무 적다”며 “선수의 사기가 꺾이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탄식했다. 경상현씨도 “세계신기록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고 받은 격려금이 고작 500만원이라니 우리나라 역도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제대로 포상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황금호랑이’는 “장미란 선수에게 최소 5억원의 포상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선수의 공통된 목표가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명예’를 누리는 것이라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 포상금의 액수가 현저히 적거나 실질적인 보상이 없다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누리꾼들을 자극한 셈이다. ◇ 포상금 차이 벌어지는 이유는 왜?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의 경우를 보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국가로부터 ‘경기력향상 연구연금’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일시불로 받을 때는 6720만원을 받는다.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에게도 한 달에 각각 45만원과 30만원의 연금 또는 일시불로 3360만원, 2240만원이 지급된다. 또 올림픽 3위권, 아시안게임 1위 입상 남자선수들에게는 예술·체육요원으로서 공익근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들은 메달에 따른 평점을 합산한 결과에 따라 포상금을 받는다. 그렇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이외의 경기는 해당 종목이 ‘인기·비인기 종목’이냐에 따라 명암이 나뉜다. 이 기준이 협회의 재정상태나 기업의 후원, 방송사 중계권이나 광고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속팀이나 연맹 차원에서 지급하는 포상금이 ‘억’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맹은 올해 남자 100m와 마라톤에서 한국기록을 세울 경우 1억원(종전 5000만원), 세계기록 작성 때는 10억원(종전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남자 100m에서 10초 벽을 돌파한 선수와 마라톤에서 2시간5분 벽을 깬 선수에게는 각각 5억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연맹은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는데, 삼성의 후원이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4월 4강신화를 일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 대표팀이 1인당 3천만원의 포상금을 받고, 독일월드컵 출전 선수 개인에게 16강 진출시 1억원, 8강 2억원, 4강 3억원, 우승 5억원의 포상금이 내걸린 데는 대회 성적과 참가수당 등의 명목으로 조직위로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받는 것 외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축구협회의 넉넉한 재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역도연맹 안효작 전무이사는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종목의 경우 방송사로부터 중계료로만 1년에 100억원 가량을 받아 자금사정이 넉넉한 편”이라며 “역도 같은 비인기종목은 중계 자체가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송사쪽에서 중계권료나 협찬을 요구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 “우리라고 장미란 선수에게 포상금 많이 주고 싶지 않겠나?” 포상금 액수를 좌우하는 것은 주력종목 여부와 대중의 인기, 종목의 특수성 등이다. 같은 육상연맹 소속이라도 세단뛰기나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선수들의 신기록 수립에 대한 포상금은 액수가 크지 않다. 지난달 25일과 26일 제60회 전국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서 한국기록을 수립한 김수연, 이경선은 1천만원(500만원은 세단뛰기 한국기록 포상금)과 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지난달 6일 2006 국제육상경기연맹 야마자키 그랑프리대회 여자부 멀리뛰기에서 한국기록을 세운 정순옥과 지난 5월 원반던지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최종범의 포상금은 500만원이었다. 지난 4월11일 2006 세계쇼트코스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박태환 선수가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받은 포상금도 500만원에 불과했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마라톤의 경우 주력종목이고 100m의 경우 30년 가량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어 억대의 포상금을 걸었을 뿐 어느 종목만 더 지원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며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의 입상자는 3천만~1억원의 포상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 “포상금 지원 시스템 바뀌어야” vs “현 시스템 유지해야” 이견 팽팽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두고 체육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종목의 특수성과 대중의 인기를 감안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안효작 대한역도연맹 전무이사는 “비인기 종목이어서 대기업 등 자금이 넉넉한 곳으로부터 후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며 “포상금 지급 시스템을 올림픽·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뿐 아니라 다른 대회나 기록 갱신 여부까지 확대, 점수로 환산해 대한체육회나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포츠평론가인 기영노씨는 “신기록에 대한 포상금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육상이나 수영 등 기록종목에 한해 협회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프로(인기) 종목과 아마추어(비인기) 종목에 따른 병역면제 혜택이나 포상금 차이는 대중의 인기와 대기업 후원 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대한역도연맹 홈페이지에는 연맹의 행태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병수씨는 “세계신기록에 대한 격려금이 너무 적다”며 “선수의 사기가 꺾이지 않을지 걱정된다”고 탄식했다. 경상현씨도 “세계신기록이라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고 받은 격려금이 고작 500만원이라니 우리나라 역도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제대로 포상을 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황금호랑이’는 “장미란 선수에게 최소 5억원의 포상금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선수의 공통된 목표가 올림픽이나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는 ‘명예’를 누리는 것이라지만, 다른 종목에 비해 포상금의 액수가 현저히 적거나 실질적인 보상이 없다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누리꾼들을 자극한 셈이다. ◇ 포상금 차이 벌어지는 이유는 왜?
2일(한국시간) 오전 노르웨이 오슬로 울레불 경기장에서 실시된 우리나라 월드컵대표팀과 네델란드 대표팀의 평가전에서 태극전사들이 국기에 대한 경계를 하고 있다. (오슬로(노르웨이)=연합뉴스)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의 경우를 보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는 국가로부터 ‘경기력향상 연구연금’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일시불로 받을 때는 6720만원을 받는다. 은메달리스트와 동메달리스트에게도 한 달에 각각 45만원과 30만원의 연금 또는 일시불로 3360만원, 2240만원이 지급된다. 또 올림픽 3위권, 아시안게임 1위 입상 남자선수들에게는 예술·체육요원으로서 공익근무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자들은 메달에 따른 평점을 합산한 결과에 따라 포상금을 받는다. 그렇지만,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 이외의 경기는 해당 종목이 ‘인기·비인기 종목’이냐에 따라 명암이 나뉜다. 이 기준이 협회의 재정상태나 기업의 후원, 방송사 중계권이나 광고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속팀이나 연맹 차원에서 지급하는 포상금이 ‘억’대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는 대한육상경기연맹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연맹은 올해 남자 100m와 마라톤에서 한국기록을 세울 경우 1억원(종전 5000만원), 세계기록 작성 때는 10억원(종전 1억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남자 100m에서 10초 벽을 돌파한 선수와 마라톤에서 2시간5분 벽을 깬 선수에게는 각각 5억원의 포상금을 주기로 했다. 연맹은 올림픽 금메달 포상금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렸는데, 삼성의 후원이 크게 작용했음은 물론이다. 지난 4월 4강신화를 일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 대표팀이 1인당 3천만원의 포상금을 받고, 독일월드컵 출전 선수 개인에게 16강 진출시 1억원, 8강 2억원, 4강 3억원, 우승 5억원의 포상금이 내걸린 데는 대회 성적과 참가수당 등의 명목으로 조직위로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받는 것 외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축구협회의 넉넉한 재정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대한역도연맹 안효작 전무이사는 “축구나 야구 같은 인기종목의 경우 방송사로부터 중계료로만 1년에 100억원 가량을 받아 자금사정이 넉넉한 편”이라며 “역도 같은 비인기종목은 중계 자체가 안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방송사쪽에서 중계권료나 협찬을 요구하는 처지”라고 설명했다. ◇ “우리라고 장미란 선수에게 포상금 많이 주고 싶지 않겠나?” 포상금 액수를 좌우하는 것은 주력종목 여부와 대중의 인기, 종목의 특수성 등이다. 같은 육상연맹 소속이라도 세단뛰기나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선수들의 신기록 수립에 대한 포상금은 액수가 크지 않다. 지난달 25일과 26일 제60회 전국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멀리뛰기와 세단뛰기에서 한국기록을 수립한 김수연, 이경선은 1천만원(500만원은 세단뛰기 한국기록 포상금)과 5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지난달 6일 2006 국제육상경기연맹 야마자키 그랑프리대회 여자부 멀리뛰기에서 한국기록을 세운 정순옥과 지난 5월 원반던지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세운 최종범의 포상금은 500만원이었다. 지난 4월11일 2006 세계쇼트코스수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 2개를 획득한 박태환 선수가 대한수영연맹으로부터 받은 포상금도 500만원에 불과했다. 육상연맹 관계자는 “마라톤의 경우 주력종목이고 100m의 경우 30년 가량 기록이 깨지지 않고 있어 억대의 포상금을 걸었을 뿐 어느 종목만 더 지원하고 그런 것은 아니다”며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세계선수권대회 등의 입상자는 3천만~1억원의 포상금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 “포상금 지원 시스템 바뀌어야” vs “현 시스템 유지해야” 이견 팽팽 그러나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두고 체육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종목의 특수성과 대중의 인기를 감안해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과 “비인기종목 선수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안효작 대한역도연맹 전무이사는 “비인기 종목이어서 대기업 등 자금이 넉넉한 곳으로부터 후원을 거의 받지 못한다”며 “포상금 지급 시스템을 올림픽·아시안게임이나 세계선수권뿐 아니라 다른 대회나 기록 갱신 여부까지 확대, 점수로 환산해 대한체육회나 국가에서 전액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포츠평론가인 기영노씨는 “신기록에 대한 포상금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육상이나 수영 등 기록종목에 한해 협회 자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라며 “프로(인기) 종목과 아마추어(비인기) 종목에 따른 병역면제 혜택이나 포상금 차이는 대중의 인기와 대기업 후원 등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현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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