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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제주 소녀 ‘총알’을 꿈꾸다

등록 2006-04-13 18:33수정 2006-04-14 11:06

100m 12초55 전국대회 우승…초고속 기록 단축
“달리는게 신나요”…유 코치 “한국신기록 멀잖아”
아라중 임수현-유경혜 코치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강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넌 할 수 있어. 자! 12초대에 들어가는 거야.”
“정말 할 수 있을까요?” 아직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할 수 있다니까. 열심히 뛰어. 파이팅. 결승점에서 보자.”

소녀티가 뚝뚝 흐르는 중학교 1학년의 ‘스프린터’ 임수현(13·제주 아라중)은 굳은 표정으로 100m 트랙 출발선에 선다. 두손으로 양쪽 뺨을 치며 긴장을 푼 뒤, 정성스런 마음으로 스타팅 블럭(출발 지지대)에 두발을 얹고 엄지와 검지로 상체를 세운다. 고개를 숙인다. 엉덩이를 든다.

긴장의 몇초가 흐른 뒤 총성이 울린다. 힘껏 허벅지와 종아리에 탄력을 주며 앞으로 치고 나간다. 한껏 긴장한 뒤의 질주는 언제나 신난다. 어릴 때부터 달리는 것을 좋아했다. 지난해엔 키도 훌쩍 자랐다. 키 157㎝이니 작은 편이 아니다.

숨을 멎고 팔을 힘껏 젖는다. 단단해지는 다리근육의 긴장을 느끼며 달리다 보니 맨 앞이다. 자신을 채찍질하시던 선생님이 눈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래. 할 수 있잖아. 12초 안에 들어 왔잖아. 선생님도 기뻐.”

1등이다. 12초55. 생애 처음 12초대이다. 지난해 우승 때의 기록(13초01)을 무려 0.46초 당긴 것이다. 여중부 한국기록은 20년전에 세워진 11초99. 얼마 안남았다.


지난 11일 강원도 횡성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전국꿈나무선수선발 육상선수권대회 여중부 1학년 100m에서 우승한 임수현은 육상 불모지로 꼽히는 제주도의 여자 단거리 꿈나무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임수현이 우승한 것은 제주도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임수현이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육상을 지도한 유경혜(32·제주도 체육회) 코치는 임수현의 성장이 누구보다 대견스럽다.

아라중 임수현-유경혜 코치
아라중 임수현-유경혜 코치
서울 출신인 유 코치가 제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서울체고에서 100m 선수생활을 한 뒤 제주대로 스카우트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제주시청에서 선수생활을 하다가 본격적으로 육상지도자 길을 걷기 시작했다. 결혼도 제주 청년과 했다. 그리고 임수현을 제주 출신 첫 전국대회 우승자로 만든 것이다.

“수현이는 순발력과 탄력이 뛰어나요. 공부도 잘해요. 3년 이내엔 한국신기록(11초49)을 세울 것 같아요.”

코치 선생님의 칭찬에 수현이는 얼굴을 붉힌다.

“선생님의 말씀을 믿고 달렸어요. 신나요.”

환하게 웃는 수현이의 볼을 살짝 꼬집는다. 정겨운 자매같다.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을 언젠가는 일으켜 세울 육상 꿈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현장이다.

횡성/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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