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의 살아 숨쉬는 전설이 되라
격투기 마니아인 장인어른(62)께 잘 보이고 싶었다. 결혼한 지 1년, 처가에 가면 장인은 아무 말 없이 격투기 프로에 몰입하셨고, 그 옆에 ‘뻘쭘’하게 앉아 보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격투기를 공부했다. 그래서 장인과 같이 격투기를 보면서 할 이야기가 생겼다. 그러던 어느날 온몸에 태극기를 두르고 나온 격투사를 보았다. 한국계 캐나다 격투사인 데니스 강(29). 나이트클럽 보디가드, 관광가이드, 체육관 사범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 입문한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한국인임을 내세우며 싸우는 그를 위해 뭔가 하고 싶었다.
생면부지의 데니스 강이지만, 2004년 13년 만에 한국에 와 아버지를 만나고, 당당하게 링 위에서 싸우는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작곡가 정훈(32·사진 가운데)씨는 마침내 데니스 강을 위한 음악을 만든다. ‘파이터’(Fighter)라는 노래를 작사·작곡한 것이다.
정씨가 데니스 강 응원가 ‘파이터’를 만든 동기는 이렇듯 순수하다. 정씨는 “데니스 강의 삶이 드라마처럼 느껴졌다”며 “혼혈의 아픔을 딛고 젊음을 발산하는 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평소에 알고 지내던 신인 래퍼 ‘투혼’에게 이 곡을 줬다. 27일엔 싱글앨범을 발표했다. 2인조 래퍼 투혼의 풍백(26·경희대 한약학과3·오른쪽)과 싹가(25·경희대 신방과3)도 데니스 강의 열렬한 팬.
풍백이 “데니스 강에게 힘을 실어 주고 싶어요”라며 주먹을 불끈 쥐자 싹가는 “데니스 강이 운동에만 정진해 하루빨리 큰 무대에서 챔피언이 됐으면 좋겠다”고 응수한다. 그들은 클럽 무대나 데니스 강 경기 때 이 곡을 부를 작정이다. “파이터, 오! 파이터.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솟구쳐! 투지에 불타는 진정한 파이터~” 힘찬 노랫말은 장엄함으로 이어진다. “모두 눈을 떠라, 내가 돌아와 살아, 숨쉬는 전설이 되는 것이 목표, 바로 그것이 내 몫이다. 누구도 나를 가로막지 못해 전사들아 다 날 따라와 여기 뼈를 묻어라.”
데니스 강은 2일 일본에서 프라이드 무사도 경기를 벌인다.
글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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