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미라 안드레예바(러시아·세계 47위)는 경기 전날(16일)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동물 만나기 세션에 참가했다. 코알라나 뱀 등과 접촉하는 행사였다. 안드레예바는 “뱀을 잡았는데 같이 간 에이전트는 너무 무서워했다”며 웃었다. 겁 없는 10대, 안드레예바는 다음날 세계 6위까지 ‘잡았다’. 대회 6번 시드를 꺾는 데 걸린 시간은 54분밖에 안됐다.
안드레예바는 17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2024 호주오픈 여자 단식 2라운드에서 그의 우상 중 한 명인 온스 자베르(29·튀니지)를 2-0(6:0/6:2)으로 제압했다. 2023 윔블던 준우승자 자베르에게 단 두 게임밖에 내주지 않았다. 안드레예바는 경기 뒤 “어렸을 적부터 온스(자베르)의 플레이 방식에 큰 영감을 받아왔고 그와 경기 하는 게 하나의 꿈이었기에 경기 전에 정말 긴장했다”면서도 “솔직히 첫 세트 때 테니스를 정말 잘 쳐서 나 자신도 놀랐다”고 했다. 그가 세계 순위 10위권 이내의 선수를 누른 것은 이번 대회가 처음이다.
2007년 4월29일생인 안드레예바는 지난해부터 테니스 메이저대회 본선 무대에 섰고, 윔블던에서는 16강까지 진출했다. 프랑스오픈 때는 3라운드, 유에스오픈 때는 2라운드까지 올랐다. 덕분에 405위로 시작한 세계 순위는 지난해 연말에 46위까지 상승했다. 여자테니스투어(WTA) ‘올해의 신인상’도 받았다. 2023 호주오픈 주니어 여자 단식 준우승자이기도 한 안드레예바는 “주니어 결승 때 패하고 많이 상심했고, 불평 불만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보다 성숙해졌다”면서 “지난해에는 15살이었지만 올해는 많이 변했다. 코트에서도 그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호주오픈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는 자베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경기 만에 멜버른 코트를 떠나게 됐다.
러시아 출신의 마리 티모페예바(20·170위) 또한 2라운드에서 전 세계 1위인 캐롤라인 보즈니아키(덴마크·252위)를 2-1(1:6/6:4/6:1)로 꺾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보즈니아키는 은퇴 번복 뒤 이번이 다섯번째 대회 출전이었다. 1라운드에서 탈락한 나오미 오사카(일본), 안젤리크 케르버(독일)와 함께 호주오픈에서 일찍 짐을 싼 엄마 선수가 됐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