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덕(왼쪽)이 지난 15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세계태권도 월드컵 팀 챔피언십 8강전 이란과 경기에서 공격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제공
남녀 혼성 단체전부터 비디오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연상케 하는 ‘파워 바’ 등장까지….
전통의 태권도가 진화하고 있다. ‘보는 재미’를 높여 “태권도는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다.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3 세계태권도(WT) 월드컵 팀 챔피언십(14~16일) 대회에선 낯선 장면이 펼쳐졌다. 선수들이 주먹과 발차기 공격을 주고받을 때마다, 요란한 효과음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경기장 뒤편 대형 엘이디(LED) 전광판에 띄워진 막대의 길이가 뚝뚝 깎여 나갔다. 비디오 격투 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를 연상시키는 장면에 관중은 열광했다.
이번 대회엔 에너지의 크기를 보여주는 ‘파워 바’가 국제 대회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됐다. 200점씩 주어진 파워 바를 먼저 없애는 쪽이 이기는 방식으로, ‘파워 태권도’라고도 불린다.
몸통 공격 10점, 얼굴 공격 10점, 회전이 들어가면 15점 등 공격 성공 때마다 상대방 점수가 깎여 나간다. 반칙이나 공격 지연 등 소극적 행위를 하면 5초간 ‘패시브’가 적용돼 이 시간 동안은 점수가 2배로 차감된다. 전자 호구가 도입된 뒤 앞발을 사용한 소극적 공격으로 점수만 챙기는 일명 ‘발 펜싱’을 피하기 위해 발바닥 공격과 발등 공격은 각각 1점과 2점으로 차등을 뒀다.
양진방 대한태권도협회장은 지난주 미디어데이에서 “스포츠 팬들 사이에 ‘언제 점수가 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어 지루하다’는 불만이 많아, 게임 요소를 가미해 보는 재미를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엔 단체전 방식도 본격 도입됐다. 속도감을 높이려 선수 교체가 수시로 가능하게 했다. 한국, 호주, 브라질, 중국, 멕시코, 인도, 이란, 모로코, 코트디부아르 등 9개국 100여명의 선수단이 남자부 3인 단체전과 여자부 3인 단체전, 남녀 혼성 4인 단체전 등 세 부문에서 총상금 10만 달러를 두고 경쟁했다. 단체전 방식의 태권도 경기는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첫선을 보였다.
한국은 14일 치러진 여자 단체 결승전에서 모로코를 2-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단체팀은 15일 이란에 2-1로 패해 8강에서 탈락했다.
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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