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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365일 4시간씩 마라톤 신기록 조의행씨

등록 2006-03-26 21:55수정 2006-03-27 09:59

인생도전 또 도전 ‘달리기 철인’
외모는 아주 평범한 중년 남자. 아니 초라해 보인다는 편이 맞다.

검게 탄 얼굴, 작은 키(159cm)에 마른 몸매(57㎏).

그러나 달리기 복장으로 갈아 입자,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터질 듯 발달된 허벅지 근육에, 탐스럽게 알 밴 장딴지. 그리고 달리는 순간 환하게 밝아지는 표정.

달릴 땐 아프리카 초원을 질주하는 치타 같다.

그는 아마도 전세계 인류 가운데 가장 잘 달리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일년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4시간씩 달린 ‘365일 마라톤맨’이기 때문이다.

21일 서울 한강 둔치에서 벌어진 챌린지대회 24시간달리기 부문에서 151.2㎞를 달려 2등을 한 조의행(56)씨는 달리기에 관해 일반인 상식을 무색케 한다.


맨발로, 짚신신고, 20㎏ 메고…
외환위기때 파산 달리기로 극복
에베레스트·남북극이 다음 목표

그는 12일 서울국제마라톤대회때 풀코스를 그냥 달리지 않았다. 20㎏이 넘는 배낭을 메고 4시간55분10초에 완주했다. 30번째 풀코스 완주. 풀코스 최고기록이 3시간20분인 그가 배낭을 메고 달린 이유는 에베레스트산 정상 도전 의지를 담기 위해서였다.

지난해에는 한복에 짚신을 신고 달렸다. 일곱 컬레가 들었다. 우리 조상들의 달리기를 재현하고 싶어서였다. 2년전엔 맨발로 완주했다. 인류 조상의 달리기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그의 달리기 이력 중 가장 경이로운 것은 2001년 한해 동안의 달리기였다. 목표는 달리기 기네스 도전. 종목은 하루도 안 빼고 매일 4시간씩 달리기였다.

그해 조씨는 자전거를 타고 자신의 달리는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한 박기섭씨와 함께 매일 새벽 4시부터 한강을 달렸다. 비디오로 찍은 이유는 기네스북에 기록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애초 2명이 시작했으나 한 명은 보름만에 손을 들었다. 4시간을 달리면 30~35㎞ 거리. 조씨도 20일쯤 지나자 두 무릎이 퉁퉁 부어 올랐고, 계단을 기어 올라갈 정도로 몸이 고달팠다.

그러나 체감온도 영하 20도 가까운 매서운 겨울을 지내면, 봄과 함께 몸도 적응해 갔다. 폭우 쏟아지는 여름과 낙엽지는 가을, 눈 펄펄 내리는 겨울을 지나며 그해 1만2478㎞를 달렸다. 비공인 세계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이다. 과거에도 아니, 미래에도 없을 기록이다. 그때 찍은 비디오 테이프는 2시간짜리 하루 두개씩 모두 730개가 보존돼 있다.

당시 조씨는 하루 5끼를 먹었다. 1000㏄짜리 우유 세개, 삼겹살 2인분을 매일 해치웠다.

수면은 하루 평균 3시간. 자신도 9남매, 부인도 9남매 대가족이라 경조사도 많았다. 밤을 꼬박 새고 달린 적도 많았다. 처가 식구들은 그를 외면했다. 처자식을 팽개치고 달리기에 미쳤다는 이유였다.

이미 철인대회에도 몇차례 참가한 조씨는 애초부터 ‘철인’은 아니었다.

고교 시절 폐결핵에 걸려 새벽마다 피를 토했다.

고교 졸업 뒤 공작기계 다루는 기술을 익히고, 한때는 공장까지 갖고 있던 중소기업인이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사태때 완전히 파산하고 빚에 쫓겨 도망다녀야 했다. 주머니에 한푼 없이 산속을 헤매기도 했다. 매일 자살을 생각했다. 그런 그를 살린 게 달리기였다. 10년 가까이 달리면서 몸은 단단해졌다. 사업도 재기에 성공했다.

그는 경보 주법을 본떠 미끄러지듯 달리는 자신만의 주법을 완성하기도 했다.

목표는 에베레스트 정상과 남북극에 도전하는 것. 4년 뒤 환갑인 그에게 나이는 의미가 없다.

그를 바라보면, 설레임은 어느새 경이감으로 변해 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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