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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스포츠일반

한국 육상 새 코치로 온 일본인 미야카와 지아키

등록 2006-03-20 22:40

미야카와 지아키(왼쪽 두번째)가 선수들에게 훈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미야카와 지아키(왼쪽 두번째)가 선수들에게 훈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육상연맹
“단거리 선수들 근육보단 유연성으로 달려야”

아시아기록 보유자 이토 고지 키워낸 명장
서말구씨 ‘10초34’ 12월 도하대회 경신 목표

육상 트랙 한쪽에 한 남자가 거의 엎드려 있다.

그 남자는 공책에 볼펜으로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

무릎을 끓고 한 10분간 열심히 무언가를 그린 남자는 운동장 한쪽을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

“헤이, 스프린터!”

그러자 바람막이 천막에서 휴식을 취하던 젊은이들이 걸어 나온다.

한국 육상 단거리 대표선수들이다.


탄탄하고 균형잡힌 몸매의 남녀 젊은이들은 그 남자 주변에 둘러섰다.

그 남자는 아주 간단한 영어로 자신을 둘러싼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간단한 영어를 알아들은 일부 선수들은 “아~”하며 아는 체를 하기도 했고, 잘 못 알아들은 선수들은 한국말로 모르는 부분을 재차 묻는다. 그러면 아는 선수들이 설명을 한다.

공책에 그 남자가 정성들여 그린 그림은 바로 이어질 훈련 프로그램. 운동장 트랙 그림에 구간별 기록 체크포인트가 그려져 있다.

자신의 설명에 이어 선수들의 이해가 이뤄질 때까지 그 남자는 온화한 미소를 띤 채 입을 다물고 있다.

그리고 “오케이?” 한 뒤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때까지 그 남자는 계속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어 그는 한 손에 스톱워치를 든 채 트랙을 따라 걸어 간다.

그리고는 큰 소리로 맞은편 트랙에서 자신의 손 신호를 기다리던 선수들에게 소리친다. “스탓~토”

그는 침체에 빠진 한국 육상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일본인 미야카와 지아키(59) 대표코치다.

17일 오전 태릉 훈련원 운동장에서는 미야카와 코치의 국가대표 훈련 3일째 일정이 진행중이었다.

선수들은 처음 맞이하는 외국인 코치에, 더욱이 일본인이라서인지, 눈동자를 반짝이며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한국 육상 100m는 한국 스포츠의 오래된 ‘수치’였다.

1979년 9월 멕시코시티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서말구(50·해사 교수)씨가 작성한 한국기록 10초34가 27년간 깨지지 않고 있다. 기록은 깨지는 것이 ‘상식’인 스포츠에서 한국 남자 100m는 진보는 커녕 후퇴하는 모습.

그래서 한때 아시아에서 한국에 밀렸으나 지금은 세계 수준인 일본 육상 지도자가 한국 대표팀을 지도하는 상황에 온 것이다. 대한육상연맹에서 최근 100m 기록 작성 선수에게 1억원의 ‘현상금’을 걸고 있었다.

미야카와 코치는 이미 과학성과 치밀성으로 세계적인 지도자 반열이 올랐다.

100m를 10초30에 뛴 일본 국가대표 출신 미야카와는 1984년부터 1996년까지 12년간 일본 단거리 국가대표 감독을 맡았다. 그가 지도한 이토 고찌는 100m 아시아 최고기록(10초00)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선수는 도자기 굽는 것이 아니다, 어린 채소 기르듯 해야 한다”며 개개인에 맞는 ‘맞춤형 지도’를 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한 남자대표 선수는 “몸은 힘들지만, 재미 있어요, 매일매일 훈련이 즐겁습니다”라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미야카와 코치는 한국 선수들 첫 인상에 놀랐다고 한다.

“선수들 상체는 마치 역도선수처럼 근육이 발달돼 있더군요. 반면 하체는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 단거리 선수가 상체가 발달한 것은 불필요한 근육을 짊어지고 달리는 것과 같아요.”

그래서 그는 단거리 선수들에게 웨이트트레이닝을 적게 시킨다. 벤 존슨 같은 미국 선수들은 선천적으로 뛰어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달리지만, 아시아 선수들은 근육보다는 유연성과 기교로 달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일단 12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가 목표이지만 그때가 아니더라도 가까운 미래에 100m 기록은 깨질 것”이라며 “한국 대표팀을 지도하는 것에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하고도, 차분히 한국 육상에 씨앗을 뿌리고 있었다.

글·이길우 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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