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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튕기는 공 소리 좋아서…” 34살 태극마크, 금맥 캐낸다

등록 2023-07-05 08:00수정 2023-09-20 10:32

[항저우, 우리가 간다] 소프트테니스 김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인 김병국이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 부평구 열우물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인 김병국이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 부평구 열우물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그저 신기루 같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기루. 2021년만 해도 그랬다. 복식 경기 8강전 마지막 7세트 6-1로 앞서고 있다가 내리 7점을 내줘 패(6-8)했다. 우승 후보였던 상대를 잡으면 태극 마크가 거의 손에 잡히는 것인데 승리를 결정지을 1점을 못 냈다. 그때 김병국(순창군청)은 생각했다. ‘난 안되는 거구나.’

그는 좌절은 하되 멈추지는 않았다. 그리고, 기어이 ‘신기루’를 실체로 만들었다. 김병국은 지난 3월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같은 팀 동갑내기 윤형욱과 짝을 이뤄 남자복식 결승에서 승리했다. 아버지 지인의 권유로 9살 때 소프트테니스를 시작해 25년 만에 이뤄낸 국가대표 발탁이었다.

최근 인천 열우물경기장에서 〈한겨레〉와 만난 김병국은 “어릴 적부터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진짜 포기하려고 했을 때 (그간의 노력에 대한) 답이 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국가대표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보니까 플레이가 잘 안됐다. 이번에는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한 게임, 한 게임 따내자고 했는데 파트너(윤형욱)와 잘 맞아서 운좋게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 탓에 1년 늦게 치러지는 것도 그에게는 전화위복이 됐다. 예정대로 지난해 치러졌다면 그의 항저우행은 없었다. 김병국은 “결승전에서 이기면 기쁠 줄 알았는데 몸이 너무 힘들어서 정작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드디어 게임이 끝났구나’ 하고만 있었는데 동료들이 와서 축하해주니까 그때 현실감이 왔다”고 했다. 그의 대표팀 발탁 소식에 2021년 결혼한 아내(오은지 씨)가 제일 기뻐했다고 한다. 진천선수촌에 처음 들어갔을 때는 텔레비전 등으로만 봤던 다른 종목 국가대표 선수들을 직접 봐서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같이 국가를 대표해 운동하는 선수”로 생각한다.

김병국은 항저우아시안게임(9월23일~10월8일) 때 혼합복식, 단체전을 뛰게 된다. 복식을 뛸 때 그는 전위(네트와 가까운 앞쪽 포지션)에 선다. 원래는 힘과 체력이 필요한 후위였는데 순발력이 좋아서 고등학교 때 전위로 바꿨다. 김병국은 “전위는 머리싸움을 해야 하니까 더 재밌다”고 했다. 서규재 소프트테니스 남자 대표팀 감독은 “김병국의 경우 몸이 빨라서 (네트 앞) 짧은 볼 처리에 강하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기복이 없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펼치는 것도 장점”이라고 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인 김병국이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 부평구 열우물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인 김병국이 지난달 27일 오전 인천 부평구 열우물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그는 지난 6월 중순 열렸던 2023 NH농협은행 인천코리아컵 국제소프트테니스대회 때 처음 국제대회에 참가해 동료들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일궈냈다. 1-1로 맞선 상황에서 대표팀 최고참인 이현수(39·달성군청)와 짝을 이뤄 마지막 복식 경기를 따내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서규재 감독은 “국제대회에 처음 나서는 데도 떨지 않고 차분하게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발휘하고 나오더라”며 김병국을 칭찬했다. 25년 경험치로 코트에서 전혀 떨지 않는 것도 그의 강점이다.

돌아보면 순탄치만은 않은 선수 생활이었다. 전주대 4학년 때 겨울에 운동하다가 다리를 접질려 골절상을 당했다. 실업팀 지명을 받아야 하는 시기에 부상은 치명적이었다. 재활 중에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간절함으로 보통 재활 기간보다 빠르게 그는 코트로 돌아왔고 순창군청 소프트테니스 창단 멤버로 뛰게 됐다. 김병국은 “실력이 막 뛰어났던 게 아니라서 경기를 꾸준하게 뛸 수 있는 팀을 원했는데 그곳이 순창군청이었다. 20대 때 쌓은 경험이 30대 때 실력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김병국은 모든 스포츠를 좋아한다. 운동하다가 쌓인 스트레스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다른 스포츠를 보는 것으로 푼다. 올겨울에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가서 EPL 경기를 직접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물론 전제조건은 생애 첫 아시안게임 참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김병국은 “열심히 준비해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 목표이다.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한국 남자 소프트테니스는 항저우 대회에서 아시안게임 3회 연속 단체전 우승에 도전한다. 전초전이던 인천코리아컵에서 우승을 차지해 메달 전망은 꽤 밝은 편이다.

“말랑말랑한 공이 튕길 때 나는 소리”가 좋아서 소프트테니스에 푹 빠져들었던 김병국. 34살 늦깎이로 태극 마크를 달지만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더 타오르고 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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