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이 지난 5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U대회 조직위 구성과 관련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봉합되는 듯 보였던 2027 충청권 여름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갈등이 새국면을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대한체육회·충청권 4개 지역이 조직위 창립총회를 재개최하기로 했지만, 공모로 선임된 기존 사무총장이 법원에 재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미 창립총회 재개최는 법적 문제 소지가 있다는 점이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어, 가처분이 인용된다면 후폭풍이 더욱 거셀 전망이다.
윤강로 U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25일 보도자료를 내 “문체부, 충청권 4개 시·도 및 대한체육회가 조직위원회 발기인대회 겸 창립총회의 29일 재개최에 합의했다는 언론 보도(22일)를 접했다”며 “23일 오후 대전지방법원에 조직위원회 창립총회 재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 사무총장은 “언론 보도를 보면, 22일 회의에서 문체부가 기존 정부입장을 바꾸어 29일 창립총회에서 상근부위원장과 사무총장을 동일인으로 선임하기로 하되, 이창섭을 상근부위원장 겸 사무총장으로 선임하고 본인 윤강로를 사무총장직에서 해촉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며 “이는 본인의 이익을 심각히 침해하는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창립총회는 2월24일에 열렸고, 공모로 뽑힌 윤 사무총장은 이 총회 때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3월25일(현지시각) 스위스 로잔에서 윤강로 U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에게 보낸 사무총장 선출 축하 서한. 윤강로 사무총장 제공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22일 문체부, 충청권 4개 시·도, 대한체육회는 창립총회를 오는 29일에 재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창립총회에서는 대한체육회 주장대로 윤강로 사무총장을 해임할 가능성이 컸다. 문체부는 그간 창립총회 재개최에 반대했고, 이에 대한체육회는 문체부를 비판해왔다. 결국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에 백기를 든 모양새였지만, 갈등 자체는 정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윤 사무총장이 법적 대응에 나서며 상황이 달라졌다. 만약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대회 조직위 출범은 또 한 번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조직위 출범은 애초 5월초에서 5월말, 5월말에서 6월말까지로 연기된 바 있다. 충청권에서는 이로 인해 대회 개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
윤강로 U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왼쪽). 연합뉴스
위법 소지가 있는 방안을 계속 주장해온 대한체육회 책임론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대한체육회는 그간 “월권”이라는 비판과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사무총장 교체를 계속 주장해왔다. 앞서 12일 대전시의회 시의원 22명은 “갈등을 조장하고 혼선을 초래한 것은 대한체육회”라며 “지나친 월권과 만능주의로 U대회 성공을 위한 560만 충청인의 열망을 꺾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입장을 뒤바꾼 문체부 책임론도 부상할 수 있다. 문체부는 그간 이미 개최한 창립총회와 다른 내용의 창립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법적·대외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공문을 통해 밝히는 등 창립총회 재개최가 가지는 문제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국무조정실 등이 개입한 뒤, 대한체육회와 합의하며 입장을 바꿨다.
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