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NH농협은행 인천코리아컵국제소프트테니스대회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문혜경. 프리랜서 김도원 제공
움직임이 둔해졌다. 금방이라도 코트에서 주저앉을 듯했다. 연신 유니폼으로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물집 잡힌 발가락의 감각은 없었다. 6세트를 내주며 세트 스코어 3-3. 7점을 먼저 따내면 승리하는 타이브레이크 2-2 상황에서 문혜경(26·NH농협은행)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남은 힘을 쥐어짰다. 그리고, 그의 하드코트 최대 무기인 커팅 서브가 한층 더 예리해졌다. 커팅 서브는 상대 코트 바닥에 떨어질 때 조금만 위로 퉁겨 상대가 리턴샷을 할 때 애를 먹는다. 커팅 서브가 통하면서 4-2가 됐다. 이후 6-5까지 쫓겼지만 문혜경은 기어이 위닝 샷을 만들어냈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여자 대표팀 에이스 문혜경은 20일 인천 열우물경기장에서 열린 2023 NH농협은행 인천코리아컵국제소프트테니스대회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정주링(대만)을 풀 세트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4-3으로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이 대회 단식 준우승의 아쉬움을 깨끗이 털어냈다.
문혜경은 경기 뒤 “빨리 끝내고 싶은데 랠리가 이어져서 힘들었다”면서 “다리가 무거웠고 온몸이 떨리기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결승전보다는 시무타 토모미(일본)와 맞붙은 8강전 때 더 고전했다. 문혜경은 “국제 대회에서 처음 보는 선수였고, 지금껏 보지 못한 플레이를 해서 많이 당황했다. 세트 스코어 0-3까지 뒤지고 있다가 겨우 4-3으로 뒤집었다”고 했다.
인천코리아컵은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치르는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 메달 경쟁 상대의 기량을 탐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때 단체전, 혼합 복식 은메달을 따냈던 문혜경은 금메달이 고프다. 스스로 “박수칠 때 코트를 떠나는”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더 그렇다. 문혜경은 “생각했던 것보다 외국 선수들이 전략적으로 공부를 하고 나온 게 보였다. 거기에 대비해서 우리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면서 “상대가 더 많은 변칙 플레이를 하니까 아시안게임 때까지 기술적인 것을 보강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인천/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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