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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 강국’ 미국은 스포츠서도…이름을 불러주니 트로피가 됐다

등록 2023-06-20 16:13수정 2023-06-21 02:33

빈스 롬바르디·스탠리·마이클 조던·사이 영 등
NBA·MLB·NFL·NHL 4대 리그 트로피 탐구
전미아이스하키(NHL) 라스베이거스 골든나이츠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스탠리컵 결승전에서 플로리다 팬서스를 꺾고 우승한 뒤 골든나이츠의 윙어 라일리 스미스가 우승컵을 든 채 포효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전미아이스하키(NHL) 라스베이거스 골든나이츠가 지난 13일(현지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스탠리컵 결승전에서 플로리다 팬서스를 꺾고 우승한 뒤 골든나이츠의 윙어 라일리 스미스가 우승컵을 든 채 포효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FP 연합뉴스

미국은 ‘보훈 강국’이다. 정확히는 ‘보훈 엔터테인먼트’ 강국이다. 지금의 미국 사회가 있기까지 다방면으로 공헌한 공로자들의 서사를 대중문화 콘텐츠로 가공하고, 가공된 콘텐츠는 대중의 마음에 상징적 이미지로 각인된다. 요컨대, 세계 최강 미군의 무용담은 2차 세계대전 서부전선의 ‘밴드 오브 브라더스’(HBO·2001) 시리즈에서 공군 액션 판타지 ‘탑건’으로 이어졌고, 흑인 민권 운동사를 다룬 이야기들 역시 다양한 변용을 거쳐 히어로물(블랙 팬서)에 이르렀다. 보훈은 미국 문화의 열쇳말이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4대 프로스포츠(풋볼,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리그는 매 시즌 승리자들에게 수여되는 트로피에 옛 전설들의 이름을 붙여 어제의 역사가 오늘의 경기를 즐기는 선수와 팬의 희열에 자연스레 접속하도록 만들었다. ‘빅이어’(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트로피, ‘큰 귀’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나 ‘스쿠데토’(이탈리아 세리에A 트로피, 이탈리아어로 ‘작은 방패’, 방패 모양이라는 데서 유래)처럼, 직관적인 작명을 선호하는 유럽 스타일과는 다소 다르다.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센터 니콜라 요키치(가운데)가 지난 12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애덤 실버(왼쪽) 엔비에이 총재로부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상인 ‘빌 러셀 트로피’를 건네 받고 있다. 요키치 오른쪽에는 동료 저말 머리가 엔비에이 우승컵인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들고 서 있다. 덴버/AP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의 센터 니콜라 요키치(가운데)가 지난 12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볼 아레나에서 마이애미 히트를 꺾고 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애덤 실버(왼쪽) 엔비에이 총재로부터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상인 ‘빌 러셀 트로피’를 건네 받고 있다. 요키치 오른쪽에는 동료 저말 머리가 엔비에이 우승컵인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를 들고 서 있다. 덴버/AP 연합뉴스

이 분야에서 가장 열성적인 리그는 미국프로농구(NBA)다. 한 시즌 팀에 수여되는 트로피가 10개, 선수에 수여되는 트로피가 13개인데 모두 사람의 이름이 붙어 있다. 챔피언 우승컵 이름은 래리 오브라이언 트로피. 엔비에이 3대 총재를 역임했던 래리 오브라이언(재임 기간 1975∼1984년)에게서 따왔다. 농구와 별다른 연이 없었던 정치인 출신 오브라이언 총재는 임기 동안 아메리칸농구리그(ABA)와 엔비에이를 합병(1976년)하고, 3점 슛을 도입(1979년)하는 등 현재 리그의 기틀을 닦은 인물이다.

선수 수상으로 넘어가면 오랜 농구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름이 가득하다. 지난 시즌부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상의 이름이 마이클 조던 트로피로 바뀌었고, 신설된 ‘올해의 클러치 선수’ 상에는 제리 웨스트 이름이 붙었다. 엔비에이 로고 속 실루엣의 주인공으로 현역 시절 ‘미스터 클러치’라고 불린 강심장 가드다. 최우수선수 항목 별로 보면 챔프전은 빌 러셀, 올스타전은 코비 브라이언트, 플레이오프 서부 결승은 매직 존슨, 동부 결승은 래리 버드의 이름을 기리고 있다.

메이저리그(MLB)에는 알려진 것처럼 양대 리그(내셔널리그,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사이 영 상’, 최고의 타자에게 ‘행크 애런 상’, 최고의 지명타자에게 ‘에드가 마르티네스 상’ 등을 수여한다. 각 분야 최강자들의 영광을 계승한 이름이다. 특이한 것은 올스타전 최우수선수인데 1962년 도입된 이 상은 올스타전을 최초 제안한 <시카고 트리뷴> 기자 아치 워드 이름을 따 ‘아치 워드 기념상’이라고 불렸다. 2002년부터는 그해 사망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전설 테드 윌리엄스로 바뀌었다.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 잔카를로 스탠턴이 지난해 7월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뒤 ‘테디 윌리엄스 상’을 들고 서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 잔카를로 스탠턴이 지난해 7월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올스타전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뒤 ‘테디 윌리엄스 상’을 들고 서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켄자스시티 치프스의 디펜시브 엔드 카를로스 던랩이 지난 2월12일 미국 아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57회 슈퍼볼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꺾고 우승한 뒤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든 채 환호하고 있다. 글렌데일/EPA 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켄자스시티 치프스의 디펜시브 엔드 카를로스 던랩이 지난 2월12일 미국 아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57회 슈퍼볼에서 필라델피아 이글스를 꺾고 우승한 뒤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를 든 채 환호하고 있다. 글렌데일/EPA 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과 미국프로하키(NHL)의 우승컵은 리그만큼이나 유명하다. 프로풋볼 결승전인 슈퍼볼 챔피언에게 주어지는 우승컵 이름은 ‘빈스 롬바르디 트로피’로 60년대 리그 역사를 바꿨던 그린베이 패커스의 명장 빈스 롬바르디 감독에게서 따왔고, 하키리그 결승전 트로피 스탠리컵은 19세기 말 6대 캐나다 총독으로 부임했던 프레데릭 스탠리 경의 이름에서 가져왔다. 캐나다 지역 하키리그 경기를 처음 본 날부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그의 이름은 1926년부터 챔피언의 징표로 명명됐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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