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데뷔한 세미 세이기너가 19일 열린 프로당구 2023~2024 개막전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진짜배기가 나타났다.”
해설자의 말처럼 공격력이 매서웠다. 데뷔 무대 7연승에 첫 우승까지…. ‘미스터 매직’이라는 별칭이 허언이 아니었다.
튀르키예 출신 세미 세이기너(58∙휴온스)가 19일 경주 블루원리조트에서 열린 2023~2024 PBA-LPBA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이상대(웰컴저축은행)를 세트 스코어 4-0(15:5 15:0 15:12 15:5)으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승상금 1억원.
올 시즌 피비에이로 옮긴 세이기너는 128강전부터 7연승을 달리며 데뷔 무대 우승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미스터 매직 별명의 세이기너는 오랫동안 ‘세계 톱랭커’로 활동하다가 지난 4월 피비에이 행을 전격 선언하면서 새로운 도전을 알렸다. 이후 두 달새 피비에이 시스템과 환경에 적응하면서 명성에 걸맞은 데뷔 무대 우승의 성과를 냈다.
결승전은 세이기너의 원맨쇼로 이뤄졌다. 팽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첫판부터 세이기너의 위압적인 플레이가 먹히면서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2세트에서는 15:0 완봉으로 끝내며 이상대의 기를 꺾었다. 이후 3~4세트에서도 현란한 공 컨트롤과 정교함으로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았다. 역대 결승전에서 4-0 완승은 네 번째다.
세미 세이기너가 프로당구 시즌 개막전인 블루원리조트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부인과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PBA 제공
세이기너는 피비에이 초년병 징크스에서도 탈피했다. 스페인의 ‘3쿠션 전설’ 다니엘 산체스(에스와이)와 ‘한국 3쿠션 간판’ 최성원(휴온스), 무랏 나시 초클루(튀르키예∙하나카드) 등 세계적 선수들이 128강 첫판에서 탈락한 것과 달랐다.
세이기너는 경기를 거듭할수록 여유와 감각적인 기술을 뽐냈고, 압도적인 장타로 상대의 숨통을 조였다. 이번 대회 세이기너의 5득점 이상 장타율은 11.3%로 대회 평균(6.3%)의 2배 가까이에 이르렀다. 적정한 힘으로 목적구를 타격해 다음 공 배치를 맞춤하게 조절하는 ‘포지션 플레이’ 능력이 빛났다.
세이기너는 경기 뒤 “정말 행복하다. 지금 이 순간은 내 당구 인생 커리어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일 것이다. 첫 투어 만에 우승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대회 기간 최초 15점을 한 큐에 달성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TS샴푸 퍼펙트큐’(상금 1000만원) 상은 김현우(NH농협카드)가,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 상은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이 받았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