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살 이하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발에 문제가 있다며 학부모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섰다. 대표팀 선발 무효를 구하는 소송도 제기했다.
법무법인 해송이 29일 법원에 제출한 대표선수 선발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보면, 소송 학부모들은 18살 이하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 선발의 효력을 정지하고, 대표선수 선발전 영상과 채점표 등을 공개하라고 협회에 요구했다.
가처분 신청서에 첨부된 자료를 보면 23명의 대표선수 선발에 김한성 18살 이하 대표팀 감독이 재직하는 특정고 선수들이 9명으로 40%에 육박한다. 특히 3명을 뽑는 골리(골키퍼) 부분에서는 고교 1~2학년 출전시간이 700분을 넘는 A, B군이 탈락했고, 반면 출전시간이 20분, 50분, 73분인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했다.
한 학부모는 “이번 대표선수 선발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 특정 학교 선수들이 편향돼 있고, 골키퍼는 그동안 주전보다 백업선수들로 채워졌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그는 “그동안 대표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온 선수들이 겪는 심적 고통이 크다. 협회가 공정한 선발을 강조해온 만큼, 영상과 채점표를 공개해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표팀 선발은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가 구성한 선발위원회(5명)가 지난 17~19일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진행한 트라이 아웃을 통해 이뤄졌다. 73명의 선수를 4개 팀으로 나눠 공격수, 수비수, 골리 부문에서 평점을 매겨 최종 선발자가 추려졌다.
하지만 선발위원회의 평가가 기록경기와 달리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비공개로 측정이 이뤄지면서 매번 논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학부모들이 격앙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대표팀 선발 여부가 대학입시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최상위 대학의 선수선발 요강에는 아예 18살 이하 대표팀 경력 요건이 포함돼 있다.
이런 까닭에 “사제 관계”나 “개인적 감정” 등이 선발에 영향을 미쳤다는 말이 나오거나, 골리를 뽑은 한 선발위원이 과거 중학팀 코치 시절 ‘심각한 근무태만’으로 사직한 일도 소환되고 있다. 합격한 선수의 카톡 대화 내용을 보면, 이미 ‘알고 있었다’라는 듯한 대목도 나온다. 학부모들의 문의에 협회가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한 것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김근호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전무는 “탈락한 선수 학부모의 심정은 이해한다. 하지만 선수 평가는 기존의 개인기록으로 하지 않는다. 또 선발위원들이 보는 플레이 스타일 등 시각은 다를 수 있다. 영상과 채점표 등의 공개는 내부 회의를 거쳐서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번에 필드 플레이어, 골리 선발에 각각 3명과 2명씩을 배치하는 등 선발위원을 총 5명으로 늘렸다”고 했다.
18살 이하 대표팀은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세계대회 디비전1 B그룹 경기를 위해 4월5일 출국할 예정이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