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의 키스’로 들어간 뱅크샷 2점. 승리를 따낸 김진아(하나카드)도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16강에 오른 기쁨에 활짝 웃었다.
김진아가 7일 경기도 고양시 JTBC 스튜디오에서 열린 에스케이(SK)렌터카 PBA-LPBA 월드챔피언십 D조 최종전에서 히다 오리에(SK렌터카)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올랐다.
김진아는 히다, 오수정과 2승1패로 동률이었지만 세트득실(+2)에서 히다와 함께 동점을 일궜고 애버리지에서 가장 앞서 조 1위가 됐다. 조별리그 첫 경기 패배로 위태위태했던 김진아의 반전극 연출이다.
김진아는 이날 히다와 경기 첫 세트를 내준 뒤 2세트 괴력의 집중력으로 5이닝 만에 11-3으로 균형을 맞췄다. 2세트 김진아의 애버리지는 남자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2.200이었다. 하이런 6개.
김진아는 3세트 고비에서도 투혼을 다짐하며 위기를 넘겼다. 좌석에서 주먹을 불끈 쥐는 그의 모습에서 독한 각오가 엿보였다. 결국 뱅크샷 득점 등으로 7-3으로 앞서 나갔고, 히다의 3연타 반격으로 당황했으나 7이닝째 돌아온 공격 기회에서 회심의 뱅크샷으로 9-6으로 세트를 마감했다.
김진아의 마지막 뱅크샷은 멀리 있는 공을 겨냥해 큐볼이 첫번째 목적구에 맞은 뒤 두번째 공을 살짝 비켜 갔다. 하지만 첫번째 목적구가 먼 길을 돌아와 큐볼을 살짝 때려주면서 행운의 뱅크샷 득점에 성공할 수 있었다. 자리로 돌아가던 김진아는 두손을 합장하며 활짝 웃었다.
당구에서 애초 설계하지 않은 대로 공이 움직여 득점에 성공하면 플루크라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플루크도 실력”이라고 말한다. 주로 당구공이 의도치 않게 충돌(당구 용어로 키스)할 때 많이 나온다.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도 이날 A조 최종전에서 임경진을 상대로 2-1 승리를 거두면서 풀루크의 도움을 봤다. 첫 세트 초반부에 나온 플루크가 승리의 기폭제가 됐다. 스롱은 막판 초박빙의 접전을 끝낸 뒤 특유의 환한 미소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김진아는 8일 오후 2시 최연주와 8강전 진출을 다투고, 무서운 뒷심으로 조1위로 16강에 오른 스롱은 저녁 7시 히가시우치 나츠미와 16강전 대결을 펼친다.
남자부에서는 저녁 9시30분 조재호(NH농협카드)-프레데리크 쿠드롱(웰컴저축은행)의 16강전이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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