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혜경(NH농협은행)이 10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2023 국제 소프트테니스 챔피언십 8강 도중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김양희 기자
소프트테니스(정구) 간판이 쓰러졌다. 상대의 공을 넘기는 와중에 왼발을 접질렸다. 근처 구급차까지 출동했다. 검사 결과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다친 선수도, 이를 지켜본 감독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10일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시 망코 시민경기장에서 열린 2023 국제 소프트테니스 챔피언십 여자 단식 8강전에서 생긴 일이다.
이날 문혜경(26·NH농협은행)은 일본체육대학 선수인 나나미 나미오카와 경기를 치르던 중 부상을 당했다. 부상 순간 눈물을 보일 정도로 통증이 심해 보였다. 관중석에서 이를 지켜보던 유영동 엔에이치농협은행 감독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문혜경은 팀 간판선수기도 하지만 국가대표 에이스이기도 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단체전 및 혼합복식 은메달 주역이다. 26일부터 국가대표 선발전이 열리는 만큼 문혜경의 부상이 클 경우 소프트테니스 대표팀 전력도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는 2020년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때문에 연기돼 3년 만에 초대 대회가 개최됐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예정대로 2022년 9월 열렸다면 국내 실업 선수들도 부담 없이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1년 연기되는 바람에 상황이 꼬였다. 더군다나 국가대표 선발전은 하드 코트에서 열리지만 이번 대회는 인조 잔디에서 개최되고 있다. 소프트테니스는 코트에 민감한 종목이어서 코트를 갑자기 바꾸면 부상 위험이 따른다. 엔에이치농협은행 팀의 경우 주최 측의 간곡한 출전 요청이 있었고, 일본과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부득이하게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선수가 경기 도중 다쳤으니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문혜경은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았다. 복숭아뼈 쪽이 살짝 부었을 뿐 큰 부상은 아니라는 초기 진단이 나왔다. 엔에이농협은행 측은 귀국 뒤 MRI 등 정밀 검진을 다시 받을 예정이다. 국가대표 사령탑이기도 한 유영동 감독은 “한국 가서 봐야겠지만 천만다행으로 많이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 “(문)혜경이도 빨리 나아서 선발전 잘 준비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 엔에이치농협은행과 남자부 대전대 소프트테니스 선수단은 12일까지 대회를 마치고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대회 첫날에는 문혜경이 8강까지 올랐고, 남자부 단식에서는 이무연(21)이 32강전까지 진출했다. 이무연은 코로나19 탓에 이번이 첫 국제대회 출전이었다. 이무연은 “대회 출전이 좋은 경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키나와/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