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가 지난해 2월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메달 세리머니에서 쇼트트랙 여자 500m 금메달을 입에 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저는 스케이트를 다시 신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합니다.”
인스타그램 게시글 하나에 이탈리아가 발칵 뒤집혔다. 글을 쓴 사람은 아리안나 폰타나(33).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금메달과 1500m 은메달 주인공이다. 올림픽에 다섯 차례 출전해 쇼트트랙 역대 최다 메달 기록(11개·금 2개, 은 4개, 동 5개)을 세운 살아있는 전설. 이탈리아 겨울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자이자 종목과 성별을 통틀어 두번째로 많은 올림픽 메달을 딴 이탈리아 선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탈리아 빙상연맹과 갈등의 골이 깊다.
폰타나는 25일(한국시각) 글을 통해 이탈리아 빙상연맹을 강하게 비판했다. 폰타나는 “제가 겪은 문제들을 알린 뒤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불행하게도 지난해 4월 연맹이 한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며 “연맹에 대한 신뢰가 전부 사라졌다”고 했다.
폰타나는 베이징겨울올림픽(2022년 2월) 때도 공개적으로 연맹을 저격한 적이 있다. 코치 선임 문제로 이견이 있었기 때문. 폰타나는 베이징에서 500m 금메달을 딴 뒤 “나는 코치로 남편인 앤서니 로벨로를 선임했고, 빙상연맹은 이에 불만이 있었다. 심지어 내 올림픽 출전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폰타나는 이날 결승선 통과 뒤 남편에게 달려가 키스 세리머니를 했고, “오늘 그가 내게 가장 훌륭한 코치라는 걸 증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가 2022 베이징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남편 앤서니 로벨로 코치와 키스하고 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이미 알려진 갈등임에도 파문이 큰 건, 폰타나가 귀화를 암시했기 때문이다. 폰타나는 그간 “국적 변경은 없다”고 말해왔는데, 이날은 “나는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고, 내가 절대 고려하지 않았던 카드도 책상 위에 올라왔다”고 했다. 폰타나는 현재 미국이 준비한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더욱이 남편 로벨로 코치는 미국과 이탈리아 이중국적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이탈리아는 비상이다. 이탈리아는 베이징 대회 때 금메달 2개를 땄는데, 이 중 1개를 폰타나가 획득했다. 이탈리아가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약 100년 동안 획득한 총 메달(141개) 가운데 약 8%(11개)가 폰타나 몫이다. 만약 폰타나가 다음 올림픽에서 미국 유니폼을 입고 뛰려면, 올림픽 헌장에 따라 마지막 이탈리아 국적 출전 뒤 최소 3년이 지나야 한다. 밀라노 대회는 2026년 2월6일 개막하기 때문에 충분히 귀화 뒤 출전이 가능하다.
결국 정부까지 진화에 나섰다. 안드레아 아보디 이탈리아 체육부 장관은 “폰타나가 이탈리아를 떠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빙상연맹과 선수 사이 갈등은 더욱 심해지는 모양새다. 빙상연맹은 폰타나가 글을 올린 뒤 입장을 내 “폰타나에게 매년 20만유로(약 2억7천만원) 지원을 약속했지만, 그가 요구한 액수에 턱없이 모자랐다”며 “더는 협박과 비난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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