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숙이 23일 프로당구 엘피비에이(LPBA) 7차 웰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남편의 축하를 받고 있다. PBA 제공
뱅크샷에 특화된 ‘부부의 힘’은 강했다.
여자 프로당구(LPBA)의 강호 임정숙(크라운해태)이 23일 경기도 고양시 빛마루방송센터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여자부 결승전서 김예은(웰컴저축은행)을 4-1(4:11 11:8 11:6 11:5 11:1)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통산 5승째를 챙긴 임정숙은 김가영(하나카드)과 함께 최다승 동률에 올랐고, 상금 2천만원도 챙겼다.
경기 내내 아내를 응원한 이종주는 고생한 아내와 뜨겁게 포옹하며 우승을 자축했다.
이날 임정숙의 승리는 뱅크샷에서 갈렸다. 임정숙은 첫 세트를 빼앗기며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2세트부터 특유의 뱅크샷 결정타를 생산하며 추격전을 폈고, 결국 2~5세트를 장악하면서 최후에 웃었다.
임정숙은 이날 8개의 뱅크샷을 성공시켰고, 애버리지 1.000을 기록했다. 총 득점 48점 가운데 뱅크샷의 비중은 32%를 차지했다. 상대 김예은(뱅크샷 6개·득점 비중 38.7%)에 비해 적지만, 개수는 두 개 더 많다.
임정숙은 정밀한 1점 샷으로 착실하게 득점을 하면서도, 고비마다 뱅크샷을 터트려 승기를 잡는 스타일을 자랑한다. 특히 같은 프로선수인 남편 이종주가 국내 최고의 뱅크샷 전문가이기 때문에, 함께 훈련하고 연습하면서 뱅크샷에 매우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피비에이 경기에서 뱅크샷은 2점제라 매우 중요하다. 특히 11점제의 여자 경기에서는 뱅크샷 한 방에 따라 경기 분위기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결승전에서 세트마다 초반 임정숙이 뒤지다가도 뱅크샷으로 판세를 바꾸는 경우가 여러 번 나왔고, 절묘하게 터지는 뱅크샷 득점은 김예은의 심리에 결정타를 날렸다. 임정숙은 앞서 4강전에서도 김갑선을 상대로 8개의 뱅크샷으로 완승을 한 바 있다.
김현석 해설위원은 “남편의 뱅크샷 연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남편의 타격을 보면서 몸과 감각으로 자기의 뱅크샷을 정교하게 만들 수 있다. 부부의 힘이 큰 몫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대회 연속 결승에 올라 준우승한 김예은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마찬가지로 김예은은 팀 동료 프레데리크 쿠드롱과 함께 팀 훈련을 하면서 당구를 보는 시야가 더 넓어진 사례다. 김예은은 지난 6차 NH농협카드 투어에서도 결승에 오를 정도로 여자부 최고수준의 기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뱅크샷 등으로 쑥쑥 달아나며 숨통을 조여온 김정숙의 노련한 플레이에 눈물을 흘렸다.
이날 우승으로 한동안 뜸했던 트로피 가뭄을 해소하고, 팀 이적 등의 부담감도 털어낸 임정숙은 새로운 탄력을 받게 됐다.
임정숙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뱅크샷은 경기 전에 많이 연습한다. 남편이 늘 옆에서 도와줘 감사하다. 3뱅크 샷은 테이블 상태에 따른 변수가 있지만 보정해 계산하면 큰 문제는 없다. 원뱅크는 감각으로 친다”고 말했다.
임정숙이 23일 프로당구 엘피비에이(LPBA) 7차 웰뱅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PBA 제공
한편 대회에서 가장 높은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은 16강서 임경진을 상대로 애버리지 2.200을 기록한 김보미(NH농협카드)가 차지했다. 상금 200만원.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