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상쥔청이 16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2023 호주오픈 남자 단식 1라운드에서 독일의 오스카 오테를 상대로 샷을 하고 있다. 멜버른/AFP 연합뉴스
처음에는 축구가 좋았다. 그의 아버지(상이)가 프로축구 선수 출신이었다. 하지만 “부상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어머니(우나)가 개인 운동을 권했다. 어머니는 세계탁구선수권 혼합복식 우승자였다. 축구 대신 시작한 테니스. 재능을 보이면서 그는 11살 때 미국 플로리다로 건너가 본격적으로 투어 데뷔를 준비했다. 그리고, 생애 처음 밟은 메이저대회 본선 무대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중국 베이징 출신의 테니스 신성, 상쥔청 이야기다.
이번 대회 남자단식 최연소 본선 진출자인 상쥔청은 16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2023 호주오픈 남자 단식 1라운드에서 독일의 오스카 오테(74위)를 3-1(6:2/6:4/<2>6:7/7:5)로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이번 대회 이전까지 투어 성적이 3패(무승)뿐인 17살의 중국 소년이 그랜드슬램 데뷔전에서 일으킨 파란이다. 왼손잡이 상쥔청은 예선(3승)을 거쳐 본선 무대를 밟았는데, 자신보다 세계 순위가 높은 선수들을 모두 꺾었다. 상쥔청의 세계 순위는 194위. 1라운드 승리로 14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린 상태다.
세계남자테니스(ATP) 투어 누리집 등에 따르면 중국 남자 선수가 호주오픈 본선에서 승리한 것은 상쥔청이 처음이다. 상쥔청은 1라운드 경기 뒤 “이런 날을 꿈꿨는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면서 “나와 나의 팀의 힘들었던 모든 순간이 보상받은 느낌도 든다. 지금은 그저 다음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흥분된다”고 밝혔다.
만화 ‘톰과 제리’에서 따와 ‘제리’로도 불리는 상쥔청은 이번 대회 본선에 장지천(26·97위), 우이빙(23·116위)과 함께 참가했다. 중국 남자 선수 3명이 그랜드슬램 본선에 오른 것은 오픈 시대(1968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상쥔청은 “두 선배는 나에게 영감을 준다. 나보다 더 오래 투어를 뛰었고, 경험도 많다. 본선 무대에서 그들을 계속 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2022년 유에스(US)오픈 때 3라운드까지 진출했던 우이빙은 코랑탱 무테(프랑스·51위)와 풀세트 접전 끝에 패하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상쥔청은 2라운드에서 지난해 유에스오픈 4강 진출자인 미국의 프란시스 티아포(24·17위)와 맞붙게 된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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