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렌터카의 강지은(왼쪽)과 크라운해태의 백민주가 14일 열린 프로당구 PBA 팀리그 4라운드 경기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PBA 제공
“서로 잘 해 보자고 했다.”(강지은)
“부담이 있지만, 이겨야 한다.”(백민주)
한 때 둘도 없는 ‘단짝’이었지만, 이젠 ‘적’으로 만난 두 선수. 하지만 둘의 우정엔 변함이 없었다. 이른바 베스트 프렌드(베프)란 이런 것이 아닐까.
14일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팀리그 후기 4라운드가 열린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센터. 이날 에스케이(SK)렌터카의 강지은(30)과 크라운해태의 백민주(26)는 6세트에 예정된 여자단식 맞대결을 앞두고 잔뜩 긴장했다. 프로 팀리그 출범 이후 3년간 크라운해태에서 환상호흡을 자랑했지만, 최근 강지은이 에스케이렌터카로 이적하면서 첫 일대일 맞대결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에스케이렌터카가 5세트에 4-1로 크라운해태를 제압하면서, 6세트에 예정된 강지은과 백민주의 대결은 불발했다. 물론 둘은 이날 2세트 여자복식에서는 대결을 피할 수 없었고, 에스케이렌터카의 강지은과 히다 오리에 짝이 백민주-임정숙 짝을 제쳤다.
경기 뒤 만난 강지은은 “서로 좋은 경기를 하자고 격려했는데, 개인전 대결은 일단 다음으로 기회가 미뤄졌다.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백민주는 “언니랑 6세트에 대결했다면 무조건 이겨야 했는데, 부담이 사라졌다. 하지만 팀이 패배해 아쉽다”고 답했다.
강지은은 전날 웰컴저축은행전에서도 히다와 함께 뛴 여자복식에서 활약하며 팀 승리를 거들었고, 에스케이렌터카는 이날 승수를 추가하며 2연승을 기록했다.
강지은은 “팀원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잘 적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히디와의 여자복식 조합에 대해서도 만족감을 표시했다. 강지은은 “2018년에 히다 언니와 같은 팀에서 호흡한 적이 있다. 그때 생각하면서 언니랑 합을 맞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 중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지만, 한국말도 제법 하는 히다와는 수시로 얘기하며 조언을 주고받는다.
백민주는 맞트레이드로 크라운해태로 온 임정숙과 새롭게 혼합복식을 구성해 갈수록 예리함을 더하고 있다. 백민주는 “정숙 언니랑 맞춰가는 과정이다.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개인전 투어인 휴온스챔피언십에서 백민주는 4강, 임정숙은 결승까지 진출하는 등 둘은 여자부 최강의 실력을 자랑한다.
강지은은 “민주가 워낙 성격이 밝고 연습을 많이 한다. 그래서 맞대결 땐 긴장해야 한다”고 했고, 백민주는 “경기장 밖에서는 둘도 없는 언니지만, 프로 무대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프로 마인드로 무장한 둘의 ‘존중심’이 밝은 미소처럼 화사하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