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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당구 김병호·김보미 ‘부녀 대결’…“집에 갈 땐 같이 가요”

등록 2022-10-05 15:41수정 2022-10-06 02:33

PBA 팀 리그 혼합복식서 불가피한 대결
아버지 통산 3승 우위에 딸 “너무 하네!”
티격태격해도 애정 넘치는 조언 교환
다승 1위 김보미 “아버지께 늘 감사”
아버지 김병호와 딸 김보미가 지난달 29일 프로당구 팀 리그 경기가 열린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리조트에서 밝게 웃고 있다.
아버지 김병호와 딸 김보미가 지난달 29일 프로당구 팀 리그 경기가 열린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리조트에서 밝게 웃고 있다.

“무조건 이긴다”(아버지 김병호)

“3번 중 2번은 이긴다”(딸 김보미)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앙숙’이다. 기를 쓰고 이기려고 한다. 이것은 프로 스포츠 세계의 직업윤리고 규범이다. 하지만 팀 경기에서는 맞서면서도, 다른 한편 한 가족인 아버지와 딸의 상황이 묘한 것도 사실이다. 프로당구 피비에이(PBA) 무대에서 부녀 대결을 펼치는 아버지 김병호(50·하나카드)와 딸 김보미(24·NH농협카드) 이야기다. 과연 둘은 무슨 생각을 할까. 지난달 29일 팀 리그 경기가 열린 강원도 춘천 엘리시안 강촌에서 둘을 만났다.

이날 아버지와 딸은 올 시즌 첫 부녀 맞대결을 벌였다. 아버지 김병호는 김진아와 짝을 맞춰 딸 김보미와 마민캄 짝을 3이닝 만에 9-1로 따돌렸다. 세트에서는 아버지가 웃었고, 경기에서는 엔에이치농협카드가 세트 스코어 4-1로 승리해 딸이 웃었다.

기자회견장에 밝은 표정으로 등장한 아버지 김병호는 “팀 리그는 직접 서 봐야 안다. 심장이 밖으로 나올 것 같이 긴장된다”며 이날 혼합복식에서 팀의 1승을 책임진 것에 안도하는 듯했다. 옆에서 눈을 흘기던 딸은 “아빠는 저만 만나면 너무 잘 쳐요. 정말 너무해!”라며 미소를 지었다.

피비에이 팀 리그 출범 뒤 이날까지 아버지 김병호는 혼합복식 대결에서 딸과 세 번 만나 모두 이겼다. 하지만 마냥 기뻐하는 것 같지는 않다. 김병호는 “무조건 이겨야 하지만, 딸이 잘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겨야 하는데, 또 (딸이) 못치면 그렇고….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설명했다. 딸은 조금 다르다. 김보미는 “저도 아빠랑 비슷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너무 많이 졌다. 아빠고 뭐고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에이치농협카드의 김보미. PBA 제공
엔에이치농협카드의 김보미. PBA 제공

하긴 여자선수 최강 김보미에게 아버지는 여전히 넘기 어려운 스승이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11년 이상 자신을 지도하고 길을 열어준 이가 아버지다. 당구에 특화된 교육을 시킨 김병호는 “딸의 진로를 일찍 세워주고 싶었다. 여자당구에서 보미를 톱10이 아니라 넘버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조기교육과 딸의 노력으로 김보미는 고교 2학년 때 부산광역시장배 당구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전국구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결승전 상대가 우상이었던 김민아(NH농협카드)였다. 김보미는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해 우승하면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 이후 전국 랭킹 1위도 찍었다”고 회상했다.

물론 침체의 시간도 있었다. 김보미는 “19~20살 때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연습을 하지 않고 대회만 나가는 등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경쟁자들은 쑥쑥 커가는데, 딸만 뒤쳐질 땐 속이 타들어갔다.

하지만 2020년 팀 리그가 도입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아버지 김병호는 “팀 리그 없었으면 김보미는 지금처럼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고, 김보미도 “팀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각의 회복이었다. 김병호는 “일종의 공식인 시스템을 이용한다고 해도 공의 배치에 따른 ‘감각’을 기억해 내야 한다. 딸이 힘의 배합이나 거리, 두께 등의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훈련했다”고 전했다.

‘통뼈’ 스타일로 몸이 탄탄한 김보미도 “자세를 많이 연구한다. 어깨나 엉덩이, 머리까지 미세한 부분에서의 변화까지 기억하면서 친다. 그 과정에서 아빠가 많이 도와줬다”며 고마워했다.

하나카드의 김병호가 팀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PBA 제공
하나카드의 김병호가 팀원들의 환호를 받고 있다. PBA 제공

결과는 놀라웠다. 김보미는 올 시즌 여자당구 최고의 스타로 떴다. 시즌 팀 리그 1~2라운드 단식에서 한번에 9점을 몰아치는 퍼펙트 큐를 두번이나 완성했고, 여자부 다승 공동 1위(25승14패)로 질주했다. 김보미의 에스엔에스에는 베트남 등 외국 당구팬들의 응원 메시지로 넘친다. 개인전 투어에서도 늘 4강권에 들 선수로 꼽힌다. 아버지 역시 신생팀 하나카드의 주장으로 팀을 전반기(1~3라운드) 우승으로 이끄는 역량을 보여주었다.

팀 리그 3라운드 종료로 둘은 당분간 아빠와 딸의 위치로 돌아간다. 김병호는 “올 때 같은 차 타고 왔듯이, 집에 갈 때도 같이 간다”고 했다. 그 말에 부녀대결보다 진한 ‘부녀의 정’이 보인다.

춘천/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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