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스오픈에서 남녀 선수가 다른 공을 쓰는 데 불만을 토로한 여자 테니스 세계 1위 이가 시비옹테크(폴란드). 연합뉴스
2022년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유에스(US)오픈이 29일(현지시각·미국 뉴욕)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개막을 앞두고 경기구와 관련해 안팎이 시끄럽다. 유에스오픈 때 남녀 선수가 사용하는 공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계 여자 테니스 최강자 이가 시비옹테크(21·폴란드)는 지난주 미국 신시내티 웨스턴&서던 오픈 16강전에서 떨어진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왜 여자 선수와 남자 선수가 대회에서 다른 공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에스오픈의 경우 윌슨 공을 사용하는데 4대 메이저대회 중 유일하게 남녀 선수 경기구가 다르다. 공 제조 때 펠트 코팅 차이가 있는데 여자 선수 경기구는 일반 펠트를 사용하고 남자 선수 경기는 엑스트라 듀티 펠트를 사용한다. 코팅 차이로 여자 선수가 사용하는 공이 더 가벼울 수 있다. 유에스오픈에 앞서 북미에서 열리는 대회도 남녀 선수 경기구가 같지 않다.
시비옹테크는 “15년 전에는 팔꿈치 부상 등의 이유로 여자 선수들이 가벼운 공을 썼지만 지금은 여자 선수들도 신체적으로 잘 준비돼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여자 경기용 공을 잘 구할 수도 없다. 폴란드 집에서 연습할 때는 남자 경기용 공을 사용하게 된다”고 일갈했다. 공 차이 때문에 “실책도 많아진다”는 시비옹테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다른 이슈에 집중하느라 여자테니스협회(WTA)를 설득하는 것을 그만뒀지만 이 공으로 대회를 치르는 게 솔직히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앞서 지금은 은퇴한 전 세계 1위 애슐리 바티(호주) 또한 대회 때 남녀가 다른 공을 쓰는 데 불만을 표했었다.
이형택 테니스 해설위원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내가 선수 시절에도 유에스오픈 때 남녀 공이 다르기는 했다”면서 “공이 가벼우면 평소와 달리 공이 묵직하지 않고 날릴 수가 있다. 파워가 안 나오면 자꾸 세게 치려 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경기 패턴이 달라져서 밸런스가 깨질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 “시비옹테크의 경우 힘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더 불리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지만 이 해설위원은 “선수는 결국 대회 공인구에 맞춰 경기해야 하는데 시비옹테크가 유에스오픈 성적이 그동안 잘 나왔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도 싶다”라고 했다. 프랑스오픈에서 두 차례 우승한 시비옹테크는 유에스오픈에서는 16강전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다.
여자테니스협회 에이미 바인더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수석 부사장은 〈이에스피엔〉(ESPN)에 “WTA는 하드코트 경기 때 항상 일반 펠트 공을 써왔다. 일반 펠트 공을 사용하면 어깨, 팔꿈치, 손목 부상 방지 효과가 있다”며 “일부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하니까 선수, 스포츠 과학팀과 의견을 나누면서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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