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 불복 코트 난입은 유리한 판정 노림수
불나방도 아닌데, 왜 감독들은 퇴장당할 줄 알면서도 코트에 뛰어들까?
후반기를 향해 치닫고 있는 2005∼2006 시즌 프로농구판에서 심판판정에 불만을 품고 코트에 뛰어들었다 퇴장당하는 코칭스태프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강양택 에스케이(SK) 코치가 울산 모비스전 때 코트에 들어왔다 테크니컬 파울을 2번 받고 퇴장당한 뒤 그동안 같은 팀의 김태환, 전창진(원주 동부), 안준호(서울 삼성) 감독이 경기 도중 코트를 떠났다. 급기야 강병수(부산 KTF) 코치는 지난 25일 대구 오리온스전 때 코트에 뛰어든 뒤 심판을 손으로 밀쳐 퇴장에 이어 1경기 출장정지를 당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코트에는 오랜 만에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었다. 이번 시즌 코칭스태프 퇴장 사례 5번째다.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 때 전창진 감독을 포함해 강동희 코치와 김동광 감독 등 3차례였다.
감독들은 퇴장이라는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코트에 ‘난입’하는 이유로 자기 팀 선수들에게 바짝 긴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충격요법이다. 하지만 더 큰 노림수는 보상판정에 있다. 중요한 경기에서 심판이 거듭 오심을 한다고 느낄 때, 강하게 어필하고 나면 이후 자기 팀에 유리한 판정이 돌아온다는 것이다. 학습효과에서 비롯한 경험칙이라는 설명이다.
한 농구전문가는 “강한 어필을 하고 나면, 그 뒤 공격자 파울을 불어도 되고 수비자 파울을 불어도 되는 애매한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보상 판정이 뒤따르는 경향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심판 쪽은 이를 부인한다. 한국농구연맹 곽현채 심판위원장은 “심판교육 때 거칠게 항의하는 감독에게 절대 보상판정을 하지 말도록 지도한다”며 “오히려 불이익을 주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보상판정은 감독들의 심리적 자기위안일 뿐이라는 것이다. 진실은 양쪽 주장의 어딘가쯤 위치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굳이 거칠게 항의해 관중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뜻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느냐”며 감독들의 보다 세련된 대처를 요구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