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자선수 최초로 엘피비에이(LPBA) 무대에 데뷔한 응우옌 린뀐.
“경기 결과는 아쉽다. 하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다.”
여자프로당구(LPBA) 데뷔전을 치른 베트남 신예 응우옌 린뀐(24)이 1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2022~2023 하나카드 챔피언십 피비에이(PBA)-엘피비에이(LPBA) 128강전에서 탈락했다.
이날 린뀐은 4명의 선수가 점수를 빼앗고, 뺏기는 방식으로 1위(64강 진출)를 가리는 서바이벌 경기에서 3위(50점)에 그쳐 탈락했다. 1위는 이마리(62점).
하지만 베트남 여자 선수 최초로 엘피비에이 무대에 도전한 린뀐은 경기 뒤 씩씩한 모습이었다. 한국에 온 지 3개월밖에 안 돼 우리 말이 서투른 린뀐은 영어와 베트남어 번역기 등을 통해 한 인터뷰에서 미소와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생전 처음 접해보는 경기 방식에 대한 소감을 묻자, 린뀐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설레고 흥분됐다”며 “이번 경기는 경험으로 생각한다. 실력의 40%밖에 발휘하지 못했다. 다음엔 잘하겠다”고 말했다.
린뀐은 기존의 프로선수들과 달리 집중지도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린뀐의 후원사인 프롬의 이태호 대표는 “당구 경력이 길지 않은 선수다. 하지만 전문적인 코칭을 받으면서 기량이 급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연습량이 많고, 승부욕과 심장이 크다는 것이 장점이다.
응우옌 린뀐이 14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하나카드 챔피언십 여자부 128강전에서 경기하고 있다. <월간 빌리어즈> 제공
이태호 대표는 “처음 경기를 했지만 긴장하지 않았다. 공이 어렵게 서도 당황하지 않고 최선의 길을 찾았다. 선수의 잠재력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 린뀐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처음이지만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 “어렵지 않은 공을 4번 정도 실수한 것 같다. 앞으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심리적으로 강해지는 훈련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린뀐은 가끔 엄마 생각이 난다. 하지만 “한국의 당구연습 환경이 너무 좋다. 엄마는 조금 생각난다. 내 꿈은 챔피언이기 때문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자프로당구에서는 캄보디아 출신의 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여러 번 우승하면서 동남아 선수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스롱은 6월 열린 시즌 첫 개인전 투어 블루원리조트배에서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하나카드배에는 상위권자로 64강에 선착해 있다.
린뀐은 “나에겐 꿈이 있다. 챔피언도 되고, 피아비 언니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린뀐의 데뷔 무대는 실패로 끝났지만 아직 기회는 많다. 두 달 뒤에는 개인전 3차 투어인 티에스(TS)챔피언십이 열린다. 린뀐은 “지금 집에 돌아가면 연습해야 한다. 2개월 뒤에는 더 발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그땐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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