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민이 지난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남자 7인제 럭비 A조 예선에서 호주 선수를 따돌리며 돌파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2020 도쿄올림픽 한국 럭비 대표팀의 간판 장성민(30)이 겨울 종목인 봅슬레이에 도전한다.
장성민은 “도쿄올림픽 이후 늘 새로운 일을 꿈꿨다. 8월 열리는 봅슬레이 대표팀 선발전에 출전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장성민은 한국 럭비대표팀에서 10년간 주축을 이뤄온 간판이다. 1m87·110㎏의 거구이지만, 순발력이 뛰어나고 빠르다. 대표팀에서는 수비진영의 윙과 센터 백 자리에서 뛰면서 트라이를 하거나 태클에 가담하는 등 팔방미인의 활약을 해왔다. 현란한 속임 동작으로 상대 수비벽을 뚫는 돌파력이 좋은 장성민은 강력한 킥 능력까지 갖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체적 접촉이 잦은 럭비에서 단련돼 담력도 뛰어나다.
봅슬레이는 썰매 종목으로 모노봅, 2인승, 4인승으로 이뤄져 있다. 4인승의 경우 맨 앞에서 조종을 맡는 파일럿이 있고, 출발 때 가속을 붙이는 푸시맨, 브레이크맨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파일럿은 오랜 경험을 통해 숙달된 선수들이 도맡아 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출발할 때 썰매를 밀어주는 푸시맨, 브레이크맨의 자리에는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다.
장성민은 “봅슬레이는 출발속도가 무척 중요하다. 럭비에서 단련된 순발력과 파괴력을 봅슬레이대표팀에서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봅슬레이에서는 출발속도를 0.1초 단축할 경우, 결승선 통과시간을 0.3초 당길 수 있다고 한다. 출발할 때는 파일럿을 비롯해 푸시맨, 브레이크맨 등이 힘을 합쳐 썰매를 밀고 타야 하므로 기동력과 민첩성, 균형 감각도 필요하다.
장성민이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이후 대표팀에서 은퇴한 장성민은 꾸준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몸을 단련해 현역 시절과 똑같은 체중과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순간 스피드 훈련과 체력 훈련을 병행하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봅슬레이대표팀 선발전은 8월 말 열릴 예정이다. 3월 선발전에서 뽑힌 푸시맨과 브레이크맨 가운데 일부가 이번에 교체된다. 대표팀은 매년 선발전을 하며, 최종적으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을 목표로 전지훈련과 월드컵 출전을 통해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장성민은 “럭비는 내 고향이고, 엄마 같은 존재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만큼 반드시 대표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 목표는 당연히 2026년 겨울올림픽이다. 국내 최초로 여름·겨울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라는 기록도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창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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