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KBL) 한 구단 최장수 사령탑이었던 ‘만수’(만 가지 수) 유재학(59)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현대모비스는 새 감독에 조동현(46) 수석코치를 선임했다.
현대모비스는 20일 “유재학 감독은 총감독으로, 조동현 수석코치는 감독으로, 양동근 코치는 수석코치로 코치진을 개편해 새 시즌을 맡는다”라고 발표했다. 2004년 현대모비스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18년 동안 팀을 이끌었던 상징의 퇴진이다.
유 감독은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한국농구의 최정상을 지켜왔다. 프로농구 출범 전인 1988∼1989 시즌 농구대잔치에서 포인트 가드로 최우수선수(MVP)에 뽑혔으나 2년 뒤 28살에 무릎 부상으로 은퇴했다.
이른 나이에 코치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8년 35살에 인천 대우증권 감독으로 첫 지휘봉을 잡았고 현대모비스 감독을 맡은 뒤 정규리그 최다승(724승·승률 57.6%), 플레이오프 최다승(58승),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6회) 등 범접 불가능한 역사를 썼다.
2012∼2015년 사이에는 프로농구 사상 첫 ‘쓰리 핏(3연패)’을 달성했으며,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을 맡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서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기도 했다. 프로농구 감독상만 5번 수상해 전창진 전주 케이씨씨(KCC) 감독(6회)에 이어 2번째다.
내년 계약만료를 앞두고 있던 유 감독은 올해 5월 퇴진의 뜻을 밝히고 구단에 “앞으로 선수 육성보다 차기 감독 및 코치진 육성·지원을 하는 것이 구단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총감독을 맡겠다”고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감독의 제안을 받아들여 현대모비스는 총감독 자리를 신설했다.
거목의 난 자리에 서게 된 조동현 신임 감독은 1999년 인천 대우 제우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부산 케이티에프(KTF·현 수원kt) 등에 몸 담았다. 2013년 현대모비스 코치로 부임해 유재학 감독을 2년간 보좌했고 부산 케이티(kt) 감독을 거쳤다. 2018년 수석코치로 돌아온 현대모비스에서 결국 사령탑까지 올라서게 됐다.
조 감독은 구단을 통해 “현대모비스는 프로농구 최다 우승 구단, 명문 구단 이미지가 있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지만, 책임을 맡은 만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